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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제조기' 박기욱 현대고 감독 "상민이, 상헌이 보면 뿌듯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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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이, (이)상헌이가 잘하는거 보니까 기분 좋죠."

박기욱 울산현대고 감독은 활짝 웃었다. 박 감독은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U-20 월드컵 대표팀에 두 명의 제자를 배출했다. '캡틴' 이상민(숭실대)와 '살림꾼' 이상헌(울산)이 주인공이다. 두 선수 모두 주전으로 신태용호가 기니와 아르헨티나를 연파하고 16강에 진출하는데 일조했다. 박 감독은 "상민이는 현대고에서 3년 동안, 상헌이는 현대중·고에서 6년 동안 가르쳤다. 좋은 활약을 펼치니까 스승으로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다"고 웃었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아픈 손가락이 없겠지만 박 감독에게 이상민, 이상헌은 특별히 더 아픈 손가락이다. 박 감독은 "본인들이 가진 능력도 물론 있지만 워낙 성실하다. 상헌이는 6년 동안 항상 새벽훈련을 했다. 새벽훈련에서 볼가지고 하는 훈련을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이 연령대에서 터치나 드리블이 수준급이다. 상민이는 워낙 책임감이 강한 선수다. 대표팀에서도 주장을 하는 이유가 있다. 숭실대로 진학한 이후에도 학교에 찾아와서 후배들을 챙긴다. 후배들에 귀감이 가는 선수"라고 했다. 물론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다. 박 감독은 "상민이와 상헌이가 워낙 색깔이 강하다. 특히 상헌이는 기분에 따라서 기복이 좀 있었다. 그런 부분을 고쳐주기 위해 쓴소리도 많이 했다"고 했다. 현대고에서 함께 부대끼며 생활하며 정도 많이 들었다. 박 감독은 "상민이, 상헌이와 카톡을 자주한다. 좋은 일 있으면 먼저 이야기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박 감독은 '대표 선수 제조기'다. 2015년 칠레에서 열렸던 U-17 대표팀에는 5명의 선수를 보냈다. 당시 현대고 선수들은 16강 진출의 핵심 역할을 했다. 지금 18세 이하 대표팀에서 박 감독이 가르치고 있는 제자가 4명이나 된다. 범위를 넓히면 과거 부경고 시절 가르쳤던 윤빛가람(옌벤)과 최근 A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이창민(제주)까지 있다. 박 감독은 이러한 비결을 인성으로 꼽았다. 박 감독은 "운 좋게 좋은 선수들을 가르쳤다. 그래서 기술적 보다는 인성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능력이 좋다는 것은 개성이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부분에서 팀 규율에 어긋하면 강하게 다루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대표 지도자들은 우리 선수들이 참 헌신적이고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 그런 소리를 들으면 뿌듯하다"고 했다.

박 감독은 일찌감치 지도자로 나섰다. 2001년 연고지명으로 울산 유니폼을 입은 박기욱은 나름 유망주였다. 프로 1년차에 명문 울산 주전으로 활약했다. 28경기를 뛰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후 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상주, 부천, 제주를 거쳐 2006년 은퇴를 선언했다. 프로데뷔 6년만의 일이었다. 박 감독은 "어차피 선수로서는 더이상 크게 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지도자를 준비하는게 남들보다 앞설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모교인 부경고의 코치로 부임했다. 스승 안성진 감독 밑에서 지도자 수업을 했다. 그는 "전술적으로 많은 것을 배운 시기"라고 했다. 그는 고교 무대에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2011년 현대중학교 코치, 현대고 코치, 감독대행을 거쳐 2015년 정식감독으로 부임했다. 이후는 승승장구였다. 현대고가 우승하지 못한 대회를 찾는게 빠를 정도로 압도적인 고교 최강의 지위를 누렸다. 공격축구를 펼치는 현대고는 공포의 대상이다. 올 해도 벌써 봄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주니어리그 전반기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박 감독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더 노력을 해서 좋은 자리 갈 수 있다면, 더 높은 자리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높은 자리는 역시 K리그 감독이다. 박 감독은 "어릴때 꿈을 꾸듯이 프로팀 감독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물론 그 전까지는 지금과 같이 대표급 제자들을 길러내는게 그의 임무다. 박 감독은 "지금처럼만 한다면 상민이, 상헌이 못지 않은 선수들을 계속해서 발굴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