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이 물러난 뒤 팀을 맡은 이상군 한화 이글스 감독대행은 취임 일성으로 건강한 팀을 강조했다. 한화는 부상자가 많다. 10개구단 최고령 팀이다보니 어찌보면 당연하다. 눈에 띄는 조치가 있었다.
이 감독대행은 송창식과 권 혁은 이기는 경기에만 쓰겠다고 했다. 이는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김성근 야구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금같은 토종 선발진의 모습을 감안하면 송창식과 권 혁을 그냥 묵힐 판이다. 한화는 다음달 초순 합류하는 외국인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의 공백을 안영명으로 메운다. 비야누에바는 지난 21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벤치 클리어링 몸싸움 도중 왼손 소지 인대가 파열됐다. 부기가 빠지는 열흘 뒤쯤이면 불펜피칭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3차례 땜질 선발로 나설 안영명의 컨디션이 아니다. 3선발인 배영수, 4선발인 이태양, 5선발인 윤규진이다. 최근 들어 이들 셋은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배영수는 지난 23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3⅓이닝 동안 8안타 8실점(7자책)을 했다. 올시즌 8차례 선발등판에서 4승2패 평균자책점은 5.22다. 시즌 초반 몸쪽승부와 살아난 슬라이더, 제구력으로 버텼는데 5월들어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구속감소로 인해 제구가 살짝만 흔들려도 통타당한다.
이태양은 심각하다. 24일 KIA전에서 2⅔이닝 7안타 1홈런 4사구 3개, 5실점의 최악피칭을 했다. 도망다니다 볼이 가운데로 몰리고 얻어맞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올시즌 9경기(선발 7차례)에서 1승4패, 평균자책점은 7.07이다.
윤규진은 불펜으로 시작해 선발로 돌았는데 2승1패 평균자책점 4.94. 최근 선발 2경기에선 각각 5이닝 2실점, 5이닝 3실점을 했다. 그나마 140km대 중반의 힘있는 직구와 포크볼을 뿌린다. 안영명은 올시즌 12경기(선발 3차례)에서 3패 평균자책점 5.06을 기록중이다. 한화 토종선발은 3점대 평균자책점은 고사하고 4점대 중반도 없다.
송창식과 권 혁은 지난 2년간 한화 불펜진을 떠받친 필승조다. 올해 나란히 팔꿈치 웃자란뼈 수술을 받고 복귀했다. 마운드에 통증없이 섰다는 사실만으로도 성공적인 복귀다. 이 감독대행이 송창식과 권 혁을 먼저 언급한 것은 혹사논란 때문이다.
송창식은 개막 이후 줄곧 많이 던졌다. 시즌 초반엔 장민재 심수창 박정진이 거들었지만 지난달말부터는 믿을만한 중간계투가 송창식밖에 없었다. 출전이 잦았고 제대로 쉬지 못했다. 송창식은 26경기에 출전해 2승4홀드 평균자책점 6.27을 기록중이다. 올시즌 리그 투수 최다경기 출전이다. 롯데 자이언츠 박시영으로 25경기로 다음이다. 송창식의 33이닝은 중간계투 중 최다이닝이다. 송창식 뒤로 NC다이노스 김진성과 원종현이 각각 30⅓이닝을 던졌다. 송창식은 최근들어 실점이 잦다. 힘이 떨어졌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뒤 복귀한 첫시즌이라 이미 예상을 뛰어넘는 이닝을 소화한 셈이다.
권 혁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허리통증으로 합류가 늦었고, 체중이 약간 줄면서 직구 최고구속이 뚝 떨어지면서 구위도 하락했다. 지난해까지 보였던 강력한 모습이 아니다. 11경기에서 3홀드 평균자책점은 4.70이다. 볼이 안좋다보니 벤치의 콜도 뜸했다. 이 감독대행은 수술 이듬해 시즌임을 감안, 관리하며 쓰겠다고 했다.
지금같은 흐름이면 송창식과 권 혁을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자연스럽게 출전기회는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투수를 제외한 토종선발이 나서면 한화는 경기초반 일찌감치 큰폭 리드를 당한다. 필승조 카드를 꺼낼 여지도 없다. 정작 한화가 역량을 집중시킬 곳은 토종 선발진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