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존 확대로 타고투저가 완화되면서 선발투수들의 투구이닝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현재 규정 투구이닝을 넘긴 투수 26명 가운데 선발 경기당 평균 7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는 3명이다. 7이닝 투구는 '이닝 이터(inning eater)'의 상징이다.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 kt 위즈 라이언 피어밴드, 그리고 넥센 히어로즈 최원태가 그들이다.
헥터는 8경기에 선발등판해 57⅔이닝을 던져 평균 7.21이닝을 기록했다. 선발로 나가기만 하면 7회를 넘겨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다는 이야기다. 피어밴드는 8경기에서 57이닝, 평균 7.13이닝을 투구했고, 최원태는 8경기에서 56이닝, 평균 7.00이닝을 던졌다.
헥터의 경우 지난해 31경기에 선발로 나가 206⅔이닝, 평균 6.67이닝을 투구했다. 헥터의 이닝을 끌고가는 능력이 높아진 것인데, 아무래도 스트라이크존 확대 영향이라고 봐야 한다. 이닝당 평균투구수가 지난해 16.13개에서 올시즌 14.38개로 줄었다. 볼넷이 줄고, 승부 타이밍이 빨라진 때문이다. 헥터는 완투도 한 차례 했다.
피어밴드의 경우 강력해진 구위와 너클볼을 통해 이닝 이터로 재탄생했다. KBO리그 3년차인 피어밴드는 2015년과 2016년 각각 평균 5.91이닝, 5.87이닝을 기록했다. 2년 연속 로테이션을 빠짐없이 지키며 선발 역할을 잘 했지만, 완투가 한 번도 없었으니 이닝 이터는 아니었다. 그러나 올해는 빠른 승부와 안정된 제구력으로 투구수를 줄이며 이닝을 길게 끌고 가고 있다. 지난 달 9일 삼성 라이온즈전과 15일 LG 트윈스전에서는 각각 9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를 따내기도 했다. 삼성전은 완봉승이었고, LG전은 연장 10회 승부가 갈렸다.
최원태는 혜성처럼 나타난 이닝 이터다. 최원태는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게임에 선발등판해 8이닝 4안타 1실점의 호투로 시즌 4승(4패)을 따냈다. 지난 10일 NC 다이노스전에 이어 2경기 연속이자 올시즌 4번째 무4사구 경기를 펼쳤다. 완벽한 제구력, 노련한 경기 운영이 입단 2년차 투수 같지가 않다. 넥센에서 실질적인 에이스라 볼 수 있다. 6이닝 투구를 2번, 7이닝을 4번, 8이닝을 2번 던졌다. 이제 완투 경기만 하면 비로소 이닝 이터의 위치로 올라설 수 있다.
규정 투구이닝을 넘긴 투수들 가운데 평균 7이닝 이상을 기록한 마지막 선수는 2010년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다. 그해 25경기에 선발로 나가 192⅔이닝, 평균 7.71이닝을 던졌다. 당시 류현진은 완투 5번에 평균자책점 1.82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이다. 7년만에 평균 7이닝 투수가 탄생할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