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이 마무리 투수 서진용에게 끝까지 신뢰를 보낼 수 있을까.
SK는 올 시즌 마무리 투수에 변화를 줬다. 지난해 26세이브를 수확한 박희수를 대신해 서진용을 새 마무리 투수로 낙점했다. 박희수는 팀 내에서 마무리 경험이 가장 많은 투수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70세이브를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박희수는 올해 시동이 다소 늦게 걸렸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로 출전했으나, 구위와 제구가 불안했다. 시범경기 4경기에서도 평균자책점 6.75(4이닝 3자책점)를 기록했다. 결국 힐만 감독은 "서진용이 마무리 투수다"라고 공언했다.
힐만 감독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구단 내부적으로도 서진용을 '미래의 마무리 투수'로 꼽았다. 기본적으로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졌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도 145㎞ 수준이다. 여기에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포크볼이 있었다. 자질은 충분하나, 문제는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13일 인천 KIA 타이거즈전에선 팀이 3-1로 리드한 9회초 마무리 투수로 등판했다. 김선빈을 2루수 땅볼로 잘 처리했지만, 안치홍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이어 최형우에게 던진 포크볼이 낮게 떨어지지 않으며, 우월 2점 동점 홈런을 허용했다. 시즌 5번째 블론 세이브. 팀도 3대5로 졌다.
지난 시즌 가장 많은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투수는 윤길현(롯데)과 김세현(넥센)으로 8개였다. 올 시즌 서진용이 벌써 5개의 블론 세이브로 최다 1위다. 서진용은 이전 2경기에서 세이브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에 등판해 3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컨디션을 되찾는 듯 했지만, 3경기 만에 다시 실점. 등판한 16경기 중, 6경기에서 실점을 내주고 있다. 17⅔이닝을 투구하면서 이닝당 출루 허용률은 1.44로, 마무리 투수답지 않은 모습이다.
SK로선 딜레마에 빠졌다. 서진용이 추후 몇 년 간 마무리 투수를 맡아줘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첫해부터 성장통을 제대로 겪고 있다. 경험 면에선 박희수가 확실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힐만 감독은 서진용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마다 "마무리 자질이 충분하다. 믿고 있다"라고 말한다. 지난 5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에 앞서서도 "어떤 훌륭한 투수도 부진하다가, 바로 좋은 결과를 내진 못한다. 마리아노 리베라(메이저리그 통산 652세이브)도 그랬다. 길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블론 세이브가 반복되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SK는 현재 17승1무18패로 승률이 5할 밑이다. 블론 세이브만 줄였어도 상위권 팀들과의 격차는 확연히 줄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짧은 기간 동안이라도 변화를 줘야 한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