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프로 2년차 사이드암스로 김재영(24)이 13일 잠실에서 열린 LG트윈스전에서 깜짝 호투를 펼쳤다. 6⅔이닝 7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시즌 첫 승. 한화는 김재영의 선발 역투로 10대0 완승을 거두며 시즌 첫 3연승 고지를 밟았다.
한화팬들이 환호하는 이유는 오랜만에 품은 가능성 있는 드래프트 신인이기 때문이다. 한화는 류현진(LA다저스)이 2013시즌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뒤 김혁민 이태양 장민재 등이 활약했지만 최근 몇 년간 대가 끊기다시피했다. 만 27세인 이태양과 장민재가 수년간 투수조 막내를 할 정도였다.
김재영은 스스로 운명을 개척했다. 2016년 한화의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2순위로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뒤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곧바로 개막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으나 쓴맛을 봤다. 지난해 11경기에서 11⅓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은 10.32에 달했다. 2군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5승6패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4.38.
올시즌을 앞두고 투구폼 교정을 한 것이 큰 효과를 봤다. 피칭시 오른팔 뒷궤적을 줄이고 앞으로 길게 끌고 나와 던지기 시작했다. 김재영은 홍익대를 졸업한 대졸 신인이다. 원래 스피드는 있었지만 제구가 다소 들쭉날쭉했다. 투구폼을 수정하면서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2군에서 선발수업을 착실히 쌓으며 6경기에서 4승무패 평균자책점 1.06, 34이닝 동안 탈삼진을 무려 29개나 잡았다. 피안타율은 1할9푼3리,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1.03에 불과했다.
이를 발판으로 1군에 콜업된 뒤 지난 10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대전경기에서 1-3으로 뒤진 경기중반 무사 1루에서 중간계투로 등판, 롯데 3번 이대호-4번 최준석을 각각 내야플라이와 외야플라이로 잡아냈다. 김재영은 송은범 대신 나선 올시즌 첫 선발임무를 120% 완수했다.
김성근 감독은 "기대 이상의 호투였다"며 경기후 김재영을 토닥거리며 격려했다. 김재영은 "배영수 선배님이 경기전 '매이닝 첫 타자에게 스트라이크만 던지면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큰 힘이 됐다. 다른 형들도 '너 공은 쉽게 공략할 수 없다'며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셨다. 내 공만 던지겠다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섰다"고 했다. 오랜만에 부모님에게 효도한 것 같다는 김재영.
한화팬들과 한화 코칭스태프는 김재영의 잠재력을 눈여겨 보고 있다. 최고 147km의 빠른 볼을 뿌리고 투구시 팔스윙이 대단히 빠르다. 아직은 릴리스포인트가 일정한 것은 아니지만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지금은 변화구가 포크볼 밖에 없다. 포크볼 그립을 약간씩 변형시키면서 떨어지는 궤적에 변화를 준다. 때로는 왼쪽 아래로, 때로는 오른쪽 아래로 떨어뜨린다.
겨우내 커브와 체인지업도 배웠다. 2군에서는 시험삼아 자주 던졌지만 아직 1군무대에 쓸 정도는 아니다. LG전에서는 커브는 1개였고, 직구와 포크볼만 던졌다.
지금은 힘있는 직구와 포크볼만으로도 충분히 통한다. 구종보다는 제구가 우선. 커브와 체인지업을 선보일 기회는 앞으로 많다.
주춤하는 배영수, 흔들리다 감잡은 이태양, 선발에서 불펜으로 내려간 송은범과 안영명. 한화 토종 선발진에 김재영의 출현은 그야말로 천군만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