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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역전의 명수 '보안관', 명쾌한 '아재히어로'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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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황금연휴 스크린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초호화 물량 공세를 아끼지 않으며 관객을 유혹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 로컬 수사 영화 '보안관'(김형주 감독, 영화사 월광·사나이픽처스 제작)이 마침내 흥행 정상을 꿰차며 역전의 명수로 등극한 것. 기막힌 반전이 펼쳐졌다.

'보안관'의 반전 스토리는 개봉 첫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격적으로 황금연휴가 시작된 지난 3일 개봉한 '보안관'은 같은 날 개봉한 블록버스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이하 '가오갤2', 제임스 건 감독) '보스 베이비'(톰 맥그라스 감독)의 기세에 눌려 박스오피스 3위에 머물며 조용한 출발을 알렸다.

앞서 '미녀와 야수'(빌 콘돈 감독)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F. 게리 그레이 감독) 등 한동안 인기 외화가 국내 극장가를 점령하면서 충무로의 영화들이 맥을 못 추는 상황이 지속됐는데, '특별시민'(박인제 감독) '임금님의 사건수첩'(문현성 감독)이 극장가에 뿌리를 내리며 모처럼 충무로에 활기를 불어넣는 모양새가 갖춰졌지만 이 또한 '가오갤2' '보스 베이비'의 등판으로 '1주 천하'로 끝이 나면서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런 가운데 '보안관'이 3위를 지키며 그나마(?) 한국영화 자존심을 지키는 데 만족해야 했다.

'가오갤2' '보스 베이비'에 비해 열악한 스크린 수, 상영횟수로 관객을 찾았지만 그럼에도 두 작품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스코어를 기록하며 조금씩 격차를 줄여나갔던 '보안관'. 개봉 4일 만인 지난 6일 입소문을 얻으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는 저력을 과시했고 7일, 흥행세를 몰아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가오갤2' '보스 베이비'를 한 번에 제압하며 무서운 흥행 뒷심을 발휘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 드라마를 쓴 '보안관'. 이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신의 한 수'는 역시 명배우들이 펼친 코미디와 명쾌한 권선징악 스토리라는 점이었다. 물론 '가오갤2' '보스 베이비' 또한 코미디 소재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보안관'에 비해 높은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강력한 경쟁작이었던 '가오갤2'는 전편에 대한 복습과 복잡한 마블 세계관을 이해해야만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이런 부담 요소가 관객들로 하여금 입소문을 끌어내기 힘들었다 게 업계의 분석이다.

'보안관'은 평범한 아재(아저씨)를 주인공으로 한 쉬운 코미디가 다른 블록버스터들에 비해 부담감이 적었고 이는 곧 1020 세대를 비롯해 중·장년층 관객까지 두루 섭렵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됐다. 여러모로 시끄러웠던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자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친근하고 편안한 아재히어로는 더할 나위 없는 안성맞춤 캐릭터였다. 여기에 군더더기 없는 코미디와 권선징악 스토리는 통쾌하고 시원한 재미를 선사할 수 있었다. 관객들의 후기 역시 모처럼 근심, 걱정 없이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2시간을 보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화려한 CG, 어마무시한 몸값을 자랑하는 톱스타들은 없지만 기본에 충실한 스토리, 탄탄한 연기력으로 무조건 믿고 보게 만드는 충무로 명배우들이 포진한 '보안관'. 이러한 '보안관'의 반전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른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보안관'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