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현은 선수단 마스코트에요. '해피 바이러스'라니까요."
제주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권용현은 정말 밝고 근면성실하다. 아무리 힘들고 피곤해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며 "권용현에게 '어쩜 이렇게 밝냐'고 묻자, '모르겠어요. 그냥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축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마냥 기뻐요'라고 하더라"라고 했다.
'해피 바이러스' 권용현(26)이 펄펄 날았다. 권용현은 6일 제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상주와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에서 2골을 터뜨리며 팀의 4대1 완승을 견인했다.
셰도 스트라이커로 나선 권용현은 멘디와 함께 최전방 공격을 이끌었다. 좌우, 중앙을 가리지 않는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상주 수비에 부담을 주더니, 전반 20분 문상윤의 패스를 선제골로 연결했다. 그리고 1-1이던 전반 38분엔 역전 결승포를 터뜨렸다. 후반에는 더 자신감이 붙었다. 투쟁적인 전방압박으로 상주 빌드업을 방해했고, 과감한 중거리 슈팅도 시도했다. 후반 28분 진성욱과 교체돼 나가기 전까지 만점 활약을 펼쳤다.
제주에 큰 웃음꽃을 선사한 권용현. 그의 활약으로 제주는 '강팀의 조건'을 갖췄다는 것을 입증했다.
권용현은 올 시즌 단 두 경기에 나섰다. 주전이 아니라는 얘기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상주전에 권용현을 출전시킨 대신 마르셀로, 마그노 등 기존 공격수들을 벤치에 앉혔다. 체력 안배다. 9일 감바 오사카(일본)와의 2017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를 염두 뒀다.
만약 권용현이 부진했다면 조 감독은 이른 시간 교체 카드를 만졌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상적 로테이션 구상에선 거리가 멀어진다. 승점과 체력 안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적은 출전에도 권용현은 기존 선발 자원 못지 않은 경기력으로 제주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뒷 공간 침투는 물론 2선까지 내려와 공을 받는 움직임을 보였다. 멘디와 자리를 바꿔 최전방에서 경합을 벌이는 듯 하더니 어느 새 측면에서 돌파를 시도했다. 평소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꿈 꿀 수 없는 움직임이다.
조 감독도 그간 권용현의 모습을 눈여겨 봐왔다. 조 감독은 "항상 미안하게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뒤에 있는 선수들이 언제나 잘 준비를 해줬다. 권용현도 마찬가지"라며 "누가 선발로 나가도 걱정되지 않고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선발과 벤치의 전력 차가 있다는 평가를 받던 제주다. 올 시즌은 그렇지 않다. 탄탄한 '더블 스쿼드'를 구축했다. 누가 베스트11에 들어도 이상하지 않다. 진정한 강팀의 조건이다. 제주가 진화하고 있다. 전원이 선발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바로 권용현이 그 단적인 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