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차학연이 '완벽한 아내'와 '터널'로 연기적 호평을 받은 소감을 전했다.
지난 2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연출 홍석구·김정민, 극본 윤경아)에서 사랑하는 남자를 향한 집착으로 인해 사이코로 변해 버린 이은희(조여정)의 악행을 막으려는 동생 브라이언 역을 맡은 차학연(빅스 엔). 그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완벽한 아내'와 관련된 에피소드와 드라마 종영 소감을 전했다.
9회부터 등장한 브라이언은 누나 때문에 죽음에 이른 정나미(임세미)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사랑하는 누나의 광기를 막을 것인지, 아니면 끝까지 누나의 편에 서서 악행을 눈감아주고 거짓된 행복을 지켜줄 것인지 끊임없이 갈등했다. 누나를 위해 진심 어린 충고를 하며 끝까지 사랑하는 누나를 지켜주려 했지만, 결국 양심 앞에 무너져 이은희를 파멸의 길로 이끄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차학연은 이런 복잡한 브라리언의 심리를 세심하게 연기했다. 등장 직후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물론 엄마에 대한 애증, 누나에 대한 애틋한 마음 등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훌륭히 소화하며 드라마 종영 때까지 아이돌 그룹 '빅스 엔'의 얼굴을 전부 지웠다.이날 차학연은 극 중간 등장해 사건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핵심 인물을 연기한 것에 대해 "많이 어려웠다"고 솔직히 말했다. "브라이언리가 평범한 친구가 아니다보니 고민을 연기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이 친구가 과연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어떤 과거를 지냈을까 끊임없이 저만의 브라이언의 이야기를 생각했고, 감독님과 대화를 통해 브라이언이라는 캐릭터를 구축했다."
이어 차학연은 호연을 펼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함께 연기호흡을 맞춘 조여정의 뛰어난 집중력과 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여정 선배님의 연기를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사실 난 선배님이 원래 연기를 잘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타고난 연기력으로 큰 연습 없이 툭 치면 연기가 술술 나오는 그런 사람. 그런데 현장에서 본 선배님은 엄청난 노력파였다. 캐릭터에 대한 연구도 끊임없이 하더라.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 은희라는 캐릭터만 생각한다고 하더라. 한번은 현장에서 하도 생각을 많이 하고 고민을 하니까 뇌에 쥐가 날 것 같다는 말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이 온다. 저만큼 연습을 하고 노력을 해야 저만큼의 연기와 표현을 할 수 있구나 싶었다."
차학연은 조여정의 엄청난 에너지와 연기력에 대해 "처음엔 기가 눌렸다"고 솔직히 입을 열었다."처음 선배님과 함께 하는 장면을 촬영하는데 너무 긴장이 돼 NG도 많이 났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선배님이 현장에서 저를 발견하고는 너무 반갑게 손을 흔들면서 '브라이언~~~'이라고 반겨주셨다. 촬영 중도 아니었는데 저를 브라이언이라고 부르며 진짜 동생처럼 귀여워해 주셨다. 그래서 저도 선배님을 '우리 누나'라고 불렀다. 그렇게 하다보니 마음도 편해지고 극중 브라이언이 은희 누나를 생각하는 것처럼 선배님을 진짜 누나처럼 생각하게 됐다."
이날 차학연은 현재 방송중인 OCN 오리지널 드라마 '터널'(연출 신용휘, 극본 이은미)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그가 '터널'에서도 '완벽한 아내'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결정적 진실을 알고 있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기 때문.
극중 1980년대를 살고 있던 과거의 형사 박광호(최진혁)는 터널에서 범인을 추격하다가 2016년으로 타임슬립했다. 그리고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여성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1988년생 박광호의 신분으로 살고 있는데, 차학연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바로 1988년 박광호. 1958년생인 박광호가 2016년에 타임슬립한 시점에서 행방불명 된 1988년 박광호가 여성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1988년생 박광호의 정체와 그가 알고 있었던 진실에 대한 시청자의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
차학연은 장르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게 기회가 온 것에 대해 행운이라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감독님과 미팅하고 나서 제가 과연 이런 멋진 장르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올 수 있을까 싶었다. 미팅하고 나서 당연히 이 드라마에 꼭 출연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다행히 저를 받아주셨다"'터널' 회상 장면에 등장하는 그는 연쇄살인마 정호영에게 쫓기거나 시체로 등장한다. 그는 급박하게 쫓기는 장면부터 시체 연기까지 뭐하나 쉬운 연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산속에서 추격신 찍을 때는 정말 많이 굴렀다. 나뭇가지랑 돌부리에 이리 긁히고 저리 긁히고. 촬영을 마치고 나니 입에서 흙이 나오고 귀에서도 흙탕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팔 다리 여기저기 안 긁힌 곳이 없더라. 멍도 여기저기 들었다. 그런데 그 게 싫었던 게 아니라 이렇게 열심히 촬영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뿌듯하고 더욱 연기에 욕심이 생겼다. 촬영하고 난 뒤 감독님이 '넌 앞으로도 꼭 연기를 해라. 꼭 다음 작품에서 같이 하자'는 말씀을 해주셨다. 진짜 그 말씀이 너무 감사했다.
시체 연기도 쉽지 않았다. 사실 누워있기만 하면된다고 생각해서 쉽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전혀 아니더라. 연기하는 내내 숨을 참고 있어야 됐다. 그리고 죽어있는 연기를 하니 기분이 참 묘했다. 촬영한 내 모습을 보는 것도 기분이 이상하더라."
'완벽한 아내'부터 '터널'까지 다른 장르의 드라마에서 아이돌 이상의 연기력을 보여준 차학연. 그는 "작품만 보고는 신인 배우인 줄 알았다"는 기자의 말에 "그런 칭찬이 가장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아이돌 가수인줄 몰랐다' '신인 배우인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기뻤다. 나중에 아이돌 가수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연기 할 때만큼은 '빅스의 엔'의 모습을 확실히 지우고자 했다. 그런 노력을 알아봐 주신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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