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가 5할승률을 지켜냈다. 4일 한화 이글스와의 인천 홈게임에 앞서 14승14패. 이날 패하면 5할 승률 밑으로 떨어질 판이었다. 독기를 품은 SK는 6대2로 승리했다. SK는 절박했다. 지난 2일 9회초 마무리 서진용이 무너지며 5대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2차전(3일)에서는 연장 10회초 한화 포수 허도환에게 결승홈런을 헌납하며 8대9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3차전까지 내주면 2015년 4월 24~26일 대전에서 3연전 스윕패를 당한 뒤 무려 739일만에 3연전을 모두 내줄 판이었다.
경기전 트레이 힐만 SK감독은 "오늘은 어떻게든 잡아야 겠다"며 웃었다. 3경기를 모두 빼앗길 수는 없었다. 전날까지 이틀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고도 패배했던 SK는 대포 대신 소총을 꺼내드나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역시 장기인 '큰 것'이었다. SK는 2일 홈런 2개, 3일 홈런 3개를 때려낸 바 있다. 이날 역시 팀홈런 1위(54개, 4일 경기포함)의 위용을 잃지 않았다.
영웅은 나주환이었다. SK는 2-1로 살얼음 리드를 지켜가던 7회말 2번 나주환이 한화 네번째투수 윤규진을 상대로 좌중월 투런 홈런(시즌 5호)을 뿜어내 4-1로 달아났다. 나주환은 지난 2일 경기에서도 윤규진을 상대로 2점홈런을 빼앗았다. SK는 곧바로 3번 한동민의 볼넷 뒤 4번 정의윤이 또다시 윤규진을 상대로 징검다리 좌월 2점홈런(시즌 4호)을 쏘아올렸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6-1로 벌어졌다. 한화의 스윕 꿈은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나주환은 경기후 "지난 2경기에서 졌다. 3연패는 당하지 않으려 선수들 모두 합심해서 경기에 임했다. 직구를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는데 마침 직구가 왔다. 팀승리에 기여해 기쁘다"고 말했다. 힐만 감독은 "선발 박종훈이 5회까지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볼넷을 최소화하는 등 제구가 많이 좋아져 그동안의 경기 중 최고였다. 나주환이 결정적인 순간에 홈런을 치며 승리를 결정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초반은 양팀 선발투수의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SK 선발 박종훈은 5이닝 동안 90개의 볼을 던지며 5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올시즌 3승째(2패)에 성공했다. 이날 박종훈은 최고구속 136㎞의 빠른볼에 커브와 체인지업을 적절하게 섞었다. 박종훈은 지난달 16일 한화를 상대로 5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낸 바 있다. 3승 중 2승이 한화 상대 승리다. 박종훈은 지난해 한화에 약했다. 3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10.66으로 부진했지만 '밥'에서 '천적'으로 2년만에 환골탈태했다.
한화 선발 안영명은 이날 4⅓이닝 동안 72개의 볼을 던지며 5안타 2볼넷 1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최고구속은 139㎞에 불과했지만 4회까지는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섞으며 무실점으로 버텼다. 5회 들어 흔들리며 결국 2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한화는 두번째투수 박정진이 6회까지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세번째 투수 권 혁이 7회 2사후 1번 조용호에게 2루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윤규진이 홈런 두 방을 허용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선취점은 한화가 먼저 뽑았다. 한화는 3회초 2사후 찬스를 만들었다. 3번 송광민의 중전안타, 4번 윌린 로사리오의 절묘한 3루방면 내야안타. 2사 1,2루에서 5번 김경언의 좌중간 적시타가 터졌다. 김경언은 전날(3일) 1군에 콜업되자마자 3안타(1홈런)를 터뜨린 데 이어 이날도 적시타를 뿜어내 허벅지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간 최진행의 공백을 메웠다.
SK는 5회말에 경기를 뒤집었다. 0-1로 뒤진 5회 선두 8번 박승욱이 볼넷, 1사 2루에서 1번 조용호가 좌중간을 꿰뚫는 1타점 2루타를 뿜어냈다. 이어 2번 나주환이 역전 1타점 우전안타가 연이어 터졌다. 이날 나주환은 7회 2점홈런까지 3타점을 쓸어담는 기염을 토했다. 인천=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