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고소영의 재발견이다.
KBS2 월화극 '완벽한 아내'가 2일 종영했다. '완벽한 아내'는 드센 아줌마로 세파에 찌들어 살아오던 주인공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잊었던 여성성을 회복하고 삶의 새로운 희망과 생기발랄한 사랑을 찾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작품은 기획의도와 달리 이은희(조여정)의 막장 싸이코 행각에 집중하느라 방향성을 잃고 끝났다. 하지만 고소영은 이 작품을 통해 '장동건의 아내'도, '셀러브리티'도 아닌 '여배우 고소영'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고소영은 극중 주인공 심재복 역을 맡았다. 심재복은 남편 사랑도 받지 못한채 아이들을 키우고 무능력한 남편 뒷바라지를 하느라 청춘을 보낸, 대한민국의 흔한 아줌마다. 그러다 남편 구정희(윤상현)의 불륜과 싸이코 스토커 이은희(조여정)의 등장으로 인생이 뒤바뀐다. 중후반부부터 극의 흐름이 초반 기획의도와는 완전히 틀어진 탓에 주인공 비중도 달라지긴 했지만 고소영은 끝까지 맡은 임무를 완수했다.
화려한 톱스타 이미지를 벗고 민낯에 가까운 옅은 메이크업과 수수한 옷차림으로 평범한 대한민국 아줌마를 표현했다. 아무리 미워도 아이 아빠이기 때문에 단번에 끊어낼 수 없는 구정희와의 관계부터 아이들에 대한 모성애까지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주부층 시청자와 공감대를 쌓는데도 성공했다. 그런가하면 자신의 가정을 파괴하려는 침입자들에게는 사자후를 내뿜는 사이다 캐릭터의 면모도 보여줬다. 구정희와 불륜을 저지른 정나미(임세미)를 꿇어 앉히고, 이은희의 과거를 모조리 캐낸 뒤 그를 추궁하는 등 똑소리 나고 강단있는 성격을 보여주며 시원함을 느끼게 했다.
촬영장에서의 태도도 훌륭했다. 10년 만의 드라마 복귀였던 탓에 처음에는 예전과 달라진 촬영장 분위기를 어색해 했지만, 이내 분위기에 완벽 적응해 '왕언니'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털털한 성격으로 친화력을 뽐냈고 식사나 컨디션 등 스태프의 안위를 살뜰하게 챙겼다. 자기관리 또한 철저했다. 어쩌다 촬영이 없는 날이면 빠지지 않고 운동을 하며 체력과 몸매 관리에 신경을 썼다. 이러한 고소영의 노력 덕분에 '완벽한 아내'의 심재복은 생생하게 살아 숨쉴 수 있었다.
사실 고소영은 배우 이미지보다는 화려한 톱스타 이미지가 강했던 연예인이다. 영화 '비트' 이후 '청춘의 아이콘'으로 1990년대를 풍미하기도 했고, 작품보다는 CF 수가 많았던 탓에 연기력을 인정받을 기회는 쉽게 잡지 못했다. 그러다 장동건과의 결혼 이후 내조와 육아에 집중하면서 점점 셀러브리티 이미지가 강해졌다. 하지만 '완벽한 아내'를 통해 드디어 여배우로서의 날개를 펼치게 됐다.
앞으로 고소영은 활발한 작품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그가 보여줄 '배우 고소영'의 모습에 기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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