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은 이제 옛말이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이 올 시즌만큼은 확실한 타선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 몇년간 유독 승운이 없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시즌 초반 마음 고생이 심했다. 양현종은 2016시즌에 200⅓이닝을 소화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200이닝을 돌파했고, 3번의 완투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유독 승리가 따르지 않았다. 4월부터 꾸준히 페이스가 좋았지만, 첫 승을 하기까지 8경기가 걸렸다. 그 후로도 불운은 계속됐다. 첫승 이후 5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만 쌓다가 6월 중순에서야 시즌 2승째를 했다. 시즌 후반부에 승리 운이 조금 풀렸으나 지난해 양현종이 보여준 위력에 비하면 10승은 아쉬운 숫자다. 득점 지원이 유독 양현종 등판 경기에서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는 "야수들이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괜찮다"고 강조했지만, 미안한 것은 오히려 동료들이었다.
'에이스'가 등판하는 경기니까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결과는 반대로 나오기 일쑤. 빈타와 패전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올해는 출발부터 다르다. 양현종은 5번 등판해 5번 모두 승리 투수가 됐다. 28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에 등판해 6⅔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팀도 승리하며 기쁨을 두배로 누렸다.
지난해 양현종이 시즌 5승을 7월 19일 롯데전(6이닝 무실점)에서 수확했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페이스다. 채 한달이 걸리지 않았다.
지긋지긋했던 승리 불운을 떼는 모양새다. 양현종이 등판한 5경기에서 타자들로부터 받은 득점 지원은 7.08점. 팀내 2위에 해당한다. 팻 딘이 7.15점으로 1위고, 헥터 노에시(6.81)와 임기영(6.58)에 비하면 더 높다. 양현종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KIA 타선은 27점을 냈고, 9이닝당 점수로 환산하면 7.08점이다. 2015시즌과 지난해 초반 1점대 득점 지원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올 시즌 KIA 타선 자체가 강해진 것도 있지만, 양현종이 마운드에 있을 때 오히려 점수가 잘터진다. 5경기 모두 양현종이 내려가기 전에 득점의 90% 이상이 났다. KIA의 초반 상승세가 든든한 4명의 선발 투수 덕분이지만, 반대로 선발 투수들 역시 타선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상호 작용이 긍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불운에서 벗어나 행운의 사나이가 된 양현종. 시즌 출발이 산뜻하다.
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