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O리그 홈런왕은 SK 와이번스 최 정과 NC 다이노스 에릭 테임즈(현 밀워키 브루어스)였다. 두 선수는 똑같이 40홈런을 때려 공동 홈런왕에 올랐다.
이번 시즌 테임즈가 메이저리그 재입성하면서 다른 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둘의 시즌 초 행보는 약속이나 한 듯 폭발적이다. 26일 현재 최 정은 10개의 홈런으로 KBO리그 1위이고, 테임즈는 11홈런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테임즈는 이날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게임에서도 투런홈런을 날리는 등 최근 2경기에서 3홈런, 5타점을 몰아쳤다. 시즌 타율 3할7푼1리에 타점도 19개나 된다. 밀워키가 지난 겨울 그와 3년 1600만달러에 계약한 배경에는 KBO리그에서 갈고닦은 실력이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이전에 두 선수와 인연은 없었다. 한국 무대에 건너온 뒤로 소속팀 간판타자 최 정을 알게 됐고, 테임즈와는 미국에서도 개인적으로 만나볼 기회는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올시즌 초 두 선수의 맹활약을 두고 힐만 감독은 흥미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잠실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힐만 감독은 두 선수를 극찬했다. 테임즈의 성공에 대해서는 KBO리그의 위상을 언급했다. 그는 "테임즈가 잘 하고 있기 때문에 KBO리그 위상이 올라갈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를 모르지만, 지금 활약상은 잘 보고 있다"면서 "여기에 있으면서 많은 훌륭한 타자들을 보고 있는데, 메이저리그에서도 KBO를 보는 시각이 많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테임즈가 메이저리그에 재입성에 성공가도를 열게 된 원동력에 대해 힐만 감독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예전에 일본에서 뛴 세실 필더가 메이저리그에 가서도 잘 했다"며 "개인 능력에 달린 것이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특성, 그 리그에서 누가 가르쳤는지보다 무엇을 배웠는지, 그것을 바탕으로 개선이 됐느냐가 중요한 요소다. 기술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서의 성장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취재진의 질문은 자연스럽게 최 정으로 옮겨졌다. "최 정이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힐만 감독은 "선수 본인이 가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내가 언급할 수는 없다. 일본에 있을 때 메이저리그에 가겠다고 하는 선수들이 있었는데, 그런 경우는 이렇다 저렇다 조언으로 도와주기는 했다"면서 "지금 우리가 잘 하고 있고, 최 정도 잘 하고 있고, 시즌 끝까지 잘 하기를 바란다. 다만 나중에 그가 그와 관련해 얘기를 하게 되면 내가 말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직접적인 평가는 피했다.
하지만 힐만 감독은 최 정이 자신이 본 가장 강력한 우타자임을 인정했다. 그는 "지금까지 본 선수들 중 최 정과 김동엽처럼 범상치 않은 파워(unusual power)를 지닌 우타자를 본 적이 없다. 작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있을 때 우타자로 조지 스프링거와 카를레스 코레아가 대단했는데, 타구 속도와 비거리 측면에서 최 정, 김동엽이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힐만 감독은 김동엽에 대해 "그를 4번타자로 결정할 때 기대감이 있었고, 정신력을 꾸준히 유지하면 더 좋아질 것"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