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2017년판 '아내의 유혹'일까.
웰메이드 드라마로 주목받았던 KBS2 월화극 '완벽한 아내'가 갑자기 틀어진 전개로 시청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25일 방송된 '완벽한 아내'에서는 이은희(조여정)에 의해 정신병원에 감금됐던 심재복(고소영)이 강봉구(성준)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 이은희와 구정희(윤상현)에게 복수하는 내용이 그려졌다. 정신병원에서 나온 심재복은 이은희의 사이코패스적 기행에 질린 구정희를 유혹했다. 그리고 그를 미끼로 이은희를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서로가 서로를 정신병원에 감금하고, 복수를 위해 이혼한 남편을 다시 유혹하고, 아이가 둘이나 있는 이혼녀이지만 외모부터 스펙까지 하나의 결점도 없는 엘리트 변호사와 다시 사랑에 빠지는 등의 스토리는 아침 드라마나 일일극에서 수없이 봐왔던 막장 전개와 다를 것이 없어 빈축을 샀다.
'완벽한 아내'는 가정의 행복을 깨는 침입자와 그에 맞서는 주부 심재복의 심리전을 팽팽하게 그리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캐릭터 또한 흥미진진했다. 친절한 가면 속에 무시무시한 집착과 욕망을 감춘 이은희의 모습은 경악할 정도로 섬뜩했고, 그런 그의 비밀을 하나씩 벗겨 나가는 심재복의 강단 있는 모습은 통쾌함을 선사했다. 이제까지 본 적 없는 미스터리 스릴러 불륜 멜로 드라마에 마니아층도 생겨났다. 그러나 조여정의 싸이코 연기가 극찬을 받기 시작했을 때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이은희의 싸이코패스적 기행은 분명 극의 재미와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요소였다.
하지만 여기에 집착하다 보니 다른 캐릭터의 색은 변질되어 갔다. 무능하고 불륜까지 저질렀지만 아이들에 대한 사랑 하나만큼은 각별했던 구정희는 심재복 이은희 정나미(임세미)까지 세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박쥐 캐릭터로 전락했다. 이은희의 도움을 받아 신분 상승에 성공하고도 그를 배신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줏대 없는 캐릭터가 되어 원성을 샀다. 똑 부러지는 성격과 단호한 상황 대처법으로 이은희와 대립했던 심재복 역시 이혼한 전 남편에 대한 미련으로 인연에 마침표를 찍지 못하는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이은희도 마찬가지. 가진 게 없어 괴롭힘까지 당하며 마음의 병을 얻은 그가 안식처가 되어준 첫사랑 구정희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구구절절하지만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원에 감금시키고 살인까지 불사하는 등 도를 넘은 기행을 이어가면서 시청자 피로도는 급증했다. 이제는 그 옛날 방송됐던 막장 드라마의 전설 '아내의 유혹' 속 민소희(장서희)처럼 이은희도 얼굴에 점을 찍고 돌아와 재대결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쓴소리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웰메이드 드라마로 주목받았던 '완벽한 아내'의 추락은 믿고 지켜봤던 팬들의 마음을 쓰리게 만들고 있다. 이미 막장의 그림자로 뒤덮인 '완벽한 아내'가 남은 2회 동안 제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시청자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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