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한국 프로야구는 새 시대를 맞았다. FA '몸값' 폭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구단 발표 기준으로 사상 첫 총액 100억원을 받는 선수가 나왔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FA가 된 외야수 최형우(34)가 KIA 타이거즈와 4년-100억원에 계약해 새 역사를 썼다. 지난 1999년 FA 제도가 도입됐을 때, 몸값 100억원을 머릿속에 그린 야구인이 있었을까. '거품 논란'과 별개로, 지난 세월 KBO리그 규모가 커지고 외연이 넓어졌기에 가능해진 일이다. 최형우에게 '영광'과 '부담'을 동시에 안긴 '역대 FA 최고 몸값' 타이틀은 오래가지 않았다. 5년 간 해외생활을 정리하고 롯데 자이언츠 복귀를 결정한 이대호(35)가 4년-150억원에 계약했다.
연평균 수령액 25억원, 37억5000만원. 둘의 연평균 몸값을 합치면 kt 위즈, 넥센 히어로즈 선수단 연봉 총액보다 많다. 타이거즈가 최형우, 자이언츠가 이대호에게 '큰돈'을 안긴 이유는 분명하다. 두 선수가 팀에 필요한 능력을 갖고 있고, 이 능력의 가치가 100억원 이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중심타선 강화를 원했던 KIA가 최형우에게 눈길을 돌린 건 당연했다. '부산 사람' 이대호가 국내 리그로 돌아온다면, 롯데가 될 수밖에 없다. 부산야구의 상징인 이대호는 롯데야구 부활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팀 동료와 팬, 구단이 뜨거운 눈길로 바라보는 FA 계약 첫 시즌. 가장 부담스러운 시즌이다. 다소 부진하거나 흔들려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바로 'FA 먹튀' 돌팔매가 날아온다. 전략적 선택의 결과물인 FA는 '젊은 유망주'처럼 기다려줘야하는 전력이 아니다. 더구나 '몸값'이 100억원대라면 따로 설명이 필요없다.
최형우 이대호는 이런 우려를 말끔하게 지웠다. 시즌 초반부터 최고의 활약으로 선명하게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22일까지 19경기, 전 게임에 출전한 둘의 성적을 보자. 타격 전 부문 순위표 맨 윗자리에 최형우 이대호가 자리하고 있다. 이대호가 타율 4할2푼6리(68타수 29안타)로 1위, 최형우가 3할8푼5리(65타수 25안타)로 공동 2위다. 이대호는 최다안타(29개)와 출루율(5할1푼9리) 1위고, 타점 7위(14개)-홈런 공동 3위(5개)-득점 6위(14개)-장타율 4위(0.676)에 랭크돼 있다.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 최상위권이다.
최형우 또한 이대호 이상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눈에 띄는 게 장타율(0.800)이다. 이 부문 1위에 올라있고 출루율(0.468)은 4위, OPS(출루율+장타율·1.268) 1위다. 타이거즈가 최형우에게 바랐던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또 타점(15개) 5위, 득점(16개) 2위에 올라있고, 2루타 11개 때려 1위다.
중심타자답게 찬스에서 강했다. 이대호가 득점권에서 4할7푼4리, 최형우가 4할2푼1리를 기록했다.
최형우가 가세한 타이거즈 타선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KIA 중심에 최형우가 있다. 이대호가 중심이 된 롯데 타선은 팀 득점, 타점 2위다. 이대호가 중심타선에 포진해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다. 현 시점에서 KBO리그 최고 타자를 꼽으라면, 최형우 이대호가 될 수밖에 없다.
명불허전(名不虛傳).
최형우,
이대호가,
그렇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