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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유일 무패' 경남은 '점유율 시대 반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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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하는 법을 잊었다.

경남은 1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와의 2017년 KEB하나은행 FA컵 4라운드(32강)에서 2대1 승리를 거두며 16강에 진출했다. 챌린지에서도 5승2무로 무패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는 경남, FA컵서도 연전연승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경남은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를 통틀어 유일한 무패팀이다. 같은 날 '클래식 무패팀' 전북이 부천과의 FA컵 4라운드에서 연장까지 0-0으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고, 승부차기에서 2-4로 무릎을 꿇었다.

경남은 FA컵 2경기를 포함해 올 시즌 9경기(7승2무)에서 13골-6실점을 했다. 일단 수비력이 눈에 띈다. 지난 시즌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력 문제를 완벽히 해소한 모습이다.

하지만 수비만 강해선 승리를 쟁취할 수 없다. 중요한 건 골이다. 경남은 후반으로 갈 수록 강해진다. 경남이 올 시즌 기록한 13골, 이 중 8골을 후반 30분 전후에 넣었다. 후반 30분이면 선수들의 체력이 극한에 도달하는 시점이다.

FA컵서 경남에 패했던 손현준 대구 감독의 분석에 경남 강세의 실마리가 있다. 손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챌린지에서 경남과 대결을 해왔다. 그래서 분석을 많이 했는데 올 시즌은 또 다르더라"라며 "경남만의 공격 패턴이 있었다. 최전방에서 빈 공간을 만들어 침투 패스를 통해 간결하고 빠르게 공격한다"고 했다. 이어 "이 패턴은 모든 팀들이 다 준비를 하는 것인데 경남은 페이스가 잘 유지되는 게 인상적"이라고 했다.

간결하고 빠르게 골을 취하는 경남. 그 시작은 '점유율 함정'에서의 탈피다. 많은 팀들이 점유율 축구를 외친다. 일명 '티키타카'로 불리는 짧은 패스 축구가 대세가 된 시대. 경남은 흐름을 역행한다. 웬만해선 상대보다 볼 점유 시간이 짧다. 볼을 못 지켜서가 아니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을 가진 이유는 공격이다. 공격 없는 점유는 아무 의미가 없다.

16일 성남에 2대1로 승리했던 경남의 점유율은 41%다. 지난달 26일 대전전(2대1 경남 승)에선 45%였다. 승격 1순위로 꼽히는 '막공' 수원FC와의 대결(1대1 무)에선 38%에 불과했다. 그런데 슈팅수는 16개로 수원FC(15개)보다 더 많았다.

승리 공식은 간단하다. 골을 더 많이 넣는 것. 그게 기본이자 진리다. 진리는 시대를 관통한다. 유행은 언젠가 지나간다. 경남은 점유율 유행을 거부한다. 골에 도달하는 진리를 찾는다. 그래서 색깔이 있다. 올 시즌 경남이 강한 이유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