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8 시리즈 등장과 함께 한동안 잠잠했던 이동통신시장의 불법 보조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불법보조금은 갤S8 예약판매가 시작된 지난 7일 전후로 시작됐다. 갤S8의 경우 상가와 일부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20만~40만원 가량의 불법보조금이 지급됐고 LG전자 G6, 애플 아이폰7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물론 다양한 중저가폰에도 불법 보조금이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보조금의 재원은 이동통신사가 판매점에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리베이트)이다. 통상 판매점은 이통사로부터 받은 리베이트에서 마진과 세금을 제외한 금액을 고객에게 현금으로 지급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같은 점에 주목, 지난주 이통3사를 불러 과도한 경쟁 자제를 당부하며 집중적인 보조금 모니터링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방통위가 시장 점검에 나서면서 리베이트가 다소 줄긴 했지만 상당수 매장에서는 예약판매 기간 정해진 수준의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한 특정 이통사가 불법보조금을 주도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갤S8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활발한 개통이 이뤄지고 있어 번호이동 고객 등 자사 가입자 유치를 위해 이통사들의 불법보조금 경쟁이 심화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8일 갤S8 사전 개통이 시작한 후 통신사를 바꾸는 번호이동 고객이 몰리면서 오후 한때 전산 처리가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번호이동 결과 KT 가입자만 643명이 늘었고, SK텔레콤은 360명, LG유플러스는 283명 순감했다. 쏠림 현상이 심하지는 않았지만 개통 차질이 아니었더라면 KT 가입자수는 더욱 많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이통시장에서 불법 보조금만큼이나 고객 구매 유치에 활용되고 있는 게 '공짜' 마케팅이다. 기기 관련 부담금이 없다는 조건을 내세우는 만큼 고객 유혹에 손쉽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갤S8 예약판매에 맞춰 할부금 지원 프로그램 'T갤럭시클럽 제로'를 선보였다. 제휴카드의 청구 할인 및 할부금 1년 유예 혜택과 잔여 할부금 지원을 더해 사용 기간 할부금 부담이 '0원'이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T갤럭시클럽 제로 프로그램의 이용료 월 5500원과 카드 청구 할인 혜택을 최대로 받기 위해선 월 70만원 이상의 실적이 나와야 하는 만큼 구매자가 자신의 소비패턴 등을 살펴야 한다. KT 공식 대리점은 서울 시내 주요 매장에서 '갤S8 무료'라는 현수막과 포스터를 내걸고 하단에 작은 글씨로 단말기 할부금 지원 프로그램과 제휴카드 할인을 더한 혜택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LG유플러스도 KT와 비슷한 형태로 갤S8을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무료를 내세우며 마케팅을 벌이고 있지만 할부금 지원 프로그램의 경우 고가 요금제가 아니라면 월 이용료를 내야 하거나 카드 사용 등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부담금이 발생할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 구입 전 구매 조건 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