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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협의 파죽지세 기록행진 이래서 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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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공격수 이정협(26·부산)의 기록행진이 무섭다.

그가 출전할 때마다 연속골 기록이 계속 늘어난다. 이정협은 15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벌어진 2017년 KEB 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7라운드 수원FC와의 경기서 6경기 연속골을 작성했다.

후반 11분 박준태의 패스를 받아 문전 돌파를 한 이정협은 골키퍼를 따돌린 뒤 2-0 리드 골을 만들었다. 이후 부산이 2골을 내주며 비기는 바람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정협은 올 시즌 자신이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는 진기록을 이어갔고 팀은 '이정협 득점=무패'의 기분좋은 공식을 확인했다. 부산의 반짝 1위 도약은 서비스.

이정협의 파죽지세 기록 행진이 점차 흥미로워지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올 시즌 이슈 가뭄을 겪고 있는 K리그에서 '오아시스'로 떠오르고 있다.

종전까지만 해도 최강의 전북의 무패 행진, 간판 골잡이들의 득점 경쟁, FC서울-수원 '슈퍼매치' 등 관심을 끌 만한 기록 경쟁이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하지만 올해는 괄목할 만한 외국인 선수가 아직 떠오르지 않는 데다 토종 골잡이들도 하향 평준화돼 득점 경쟁 열기는 아직 미미하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K리그의 부진으로, 수원 삼성의 고전으로 K리그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반감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이정협은 다음엔 어떤 대기록을 수립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15일 수원FC전 골로 인해 그는 K리그 챌린지 역대 개막 후 최다 연속골 기록 타이를 이뤘다. 대전과 FC서울에서 국내 최고 용병으로 성장한 뒤 중국리그로 진출한 아드리아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제 이정협은 클래식, 챌린지 통틀어 최다 연속골 기록을 넘보게 됐다. 두 리그 모두 최다 연속골 기록은 7경기다. 챌린지에서는 김동찬(대전·2016년)과 주민규(상주·2015년 이랜드 시절)가 갖고 있고 클래식서는 이동국(전북·2013년), 조나탄(수원·2016년)이 보유하고 있다.

뒤에서 밀어 준 조진호 감독과 도와 준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는 이정협은 "동료 선수들이 도와준 것이 허망하지 않도록 기회가 오면 항상 넣으려고 집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새 6경기 연속까지 왔다. 7경기가 기대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정협의 기록 행진은 스승 조진호 감독과의 묘한 인연 스토리까지 더해졌다. "너를 아드리아노같은 선수로 만들어 주겠다." 조 감독이 작년 말 부산의 새 지휘봉을 잡았을 때 이정협에게 했던 약속이다. 울산으로의 임대를 마친 뒤 복귀한 이정협을 잔류시키기 위해 면담을 했던 조 감독은 대전 시절 성공적으로 키워냈던 아드리아노를 떠올리며 이정협을 '제2의 아드리아노'로 꼽았다.

조 감독이 대전을 이끌던 2014년 아드리아노는 개막 후 6경기 연속골의 골 폭풍을 몰고 온 뒤 그 해 27골로 챌린지 득점왕에 올랐다. 이를 발판으로 클래식 FC서울로 이적해 K리그 최상급 외국인 선수로 이름을 떨친 뒤 중국리그로 특급 대우를 받고 진출했다.

3년 전 '아드리아노의 재발견'을 만들었던 조 감독이 이번엔 궁합이 잘 맞는다는 이정협을 아드리아노의 계승자로 삼았다. 이미 아드리아노의 기록을 공유했고 챌린지 득점왕에 등극시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조 감독 개인적으로도 최다 연속골-득점왕 선수를 잇달아 배출하는 진기록을 갖게 된다.

한창 진행 중인 이정협의 기록 행진에 앞으로 어떤 스토리가 가미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