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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별분석] 오리온 완벽부활, 헤인즈 그리고 국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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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이 시리즈 흐름을 완벽히 돌렸다.

오리온은 17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남자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삼성을 79대78로 물리쳤다.

1, 2차전을 모두 내줬던 오리온. 거센 반격에 나섰다. 3, 4차전을 모두 잡아냈다. 이제 원점이다. 2승2패. 오리온의 분위기가 180도 바뀐 이유가 뭘까. 쿼터별 분석으로 알아봤다.



▶1쿼터=오리온의 국지전

3차전까지 1승2패로 뒤진 오리온.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 에이스 애런 헤인즈의 부진과 김동욱의 공백으로 인한 수비(더블템, 지역방어)의 불완전성 때문이었다.

삼성이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중심으로 골밑과 외곽 3점 오픈 찬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단, 3차전 막판 오리온은 헤인즈가 살아났고, 오리온 특유의 미스매치를 활용한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3차전 초반, 이런 기세는 그대로 이어졌다.

최종 스코어를 보자. 22-9, 오리온의 일방적 리드였다.

공격이 상당히 날카로웠다. 가장 큰 이유는 오리온이 잘하는 농구인 '국지전'을 제대로 썼기 때문이다. 일단 템포를 빨리 했다. 삼성의 수비가 갖춰지지 않은 틈을 타, 헤인즈의 골밑 돌파와 거기에 따른 이승현의 외곽이 터졌다. 이승현이 주로 외곽에 있었기 때문에, 라틀리프가 골밑을 비우는 경우가 많았다. 이 틈을 허일영이 공격 리바운드에 의한 풋백 득점으로 연결시키기도 했다.

1쿼터 6분37초를 남기고 최진수가 오른 발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더 이상 뛰지 못했다. 문태종이 투입됐다. 그러자 오리온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문태종의 돌파에 의한 헤인즈의 골밑 득점이 이어졌다. 상대 반칙까지 겹치면서 3점 플레이가 됐다. 라틀리프 더블팀에 의한 헤인즈의 스틸. 김진유가 그대로 밀고 들어가 골밑슛으로 연결했다. 즉, 오리온은 빠른 템포와 풍부한 포워드진을 결합하며 1대1을 시도, 여기에 따른 침투와 오픈 찬스를 만들어내면서 삼성 수비를 무력화시켰다.

반면, 삼성은 오리온의 타이트한 수비와 더블팀을 효과적으로 깨지 못했다. 강력한 몸싸움에 1차적으로 밀렸고, 1, 2차전 때 잘됐던 외곽 효율적 위치 잡기에도 실패했다. 삼성은 단순한 1대1 공격으로 일관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1쿼터 2점슛 야투율은 23%(13개 시도 3개 성공)에 불과했다. 시리즈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것을 알린 1쿼터였다.



▶2쿼터=헤인즈가 달라졌다

삼성은 2쿼터가 중요했다. 4차전마저 내주면, 2승2패로 동률이 되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바뀐다. 2쿼터부터 라틀리프와 마이클 크레익을 중심으로 높이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이승현이 허리가 좋지 않은 오리온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히려 오리온이 기세를 올렸다. 이승현과 장재석의 깨끗한 하이-로 게임이 성공됐다. 이어 장재석이 골밑에서 팁-인 슛을 성공시켰다. 장재석의 분전은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오히려 오리온이 삼성의 골밑을 균열낼 수 있다는 역습의 상징적 플레이. 게다가 라틀리프와 크레익에 대한 수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효과를 줬다. 28-9, 19점 차이. 만약, 20점 이상 점수 차가 벌어지면, 삼성 입장에서는 4차전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었다.

즉, 경기 막판 접전을 만들기 위해서, 우선 삼성은 오리온의 강한 흐름을 끊으면서 10~15점 차의 리드 폭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이때 4강 시리즈 완벽히 '회춘'한 주희정이 나섰다. 다소 무리한 듯한 장거리 3점포를 깨끗이 작렬시켰다. 팀내 최고참 주희정이 분전하자, 삼성 선수들이 분발하기 시작했다. 라틀리프가 바스켓 카운트를 얻어냈다.

28-14, 14점차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또 다시 분위기가 반전됐다. 삼성 임동섭이 속공 상황에서 완벽한 오픈 3점슛 기회를 얻었다. 지체없이 던졌지만, 림을 외면했다. 경기 전 삼성 이상민 감독은 "임동섭의 슛감각이 떨어져 걱정"이라고 했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됐다. 그러자, 임동섭의 불발된 슛을 잡은 오리온은 그대로 바셋의 속공으로 연결시켰다. 이번에는 삼성 크레익의 어이없는 턴오버가 또 다시 바셋의 속공 레이업 슛으로 이어졌다.

삼성은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2개의 아쉬운 플레이로 추격의 끈을 스스로 끊어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심한 항의로 삼성의 테크니컬 파울. 여기에 헤인즈의 2점 럭키 슛, 장재석의 버저비터까지 터졌다. 41.3초를 남기고 바셋의 돌파에 의한 킥아웃 패스를 이승현이 3점포로 연결시키는 모습도 나왔다. 장면 하나하나가 그동안 부진했던 팀에 활력을 주는 플레이였다.

이 상황에서 헤인즈의 맹활약이 있었다. 삼성은 바셋이 나오자 지역방어로 흐름을 끊으려고 애썼다. 아무래도 바셋은 지역방어 공략 요령이 부족하다. 하지만 헤인즈는 적재적소의 패싱으로 장재석과 이승현의 슛을 유도했다. 전체적으로 게임을 완전히 리드했다. 여기에 빈 틈이 생길 때 1대1 돌파로 삼성 수비를 완벽히 공략했다.

반면, 삼성은 외곽의 부진(3점슛 성공률 20%, 10개 시도 2개 성공)으로 밸런스가 완전히 깨져 버렸다. 어시스트가 단 2개밖에 없었다.

결국 49-30, 19점 차 오리온의 일방적 리드. 약간의 운과 함께, 완벽히 살아난 오리온의 페이스를 보여주는 전반전이었다.



▶3쿼터=이승현 장재석의 숨은 위력

NBA에서는 스페이싱을 중심으로 한 스몰볼이 대세다. 하지만, 농구는 여전히 골밑이 매우 중요하다. 스페이싱을 매우 잘하는 팀이라도, 골밑 수비가 약하면 우승하기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수준이 높지 않은 국내 리그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 시즌 오리온이 우승했을 때 충격을 던졌던 것도 국내 리그의 우승 화법(강력한 에이스와 골밑)와 어긋난 스페이싱 스몰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기 때문이다.

3쿼터 초반은 정말 중요했다. 여전히 삼성의 골밑은 오리온이 수비하기 버거운 측면이 있다. 2쿼터 잦은 미스로 추격의 끈을 스스로 놓친 삼성. 거꾸로 말하면 정상적 경기를 펼치면, 충분히 추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크레익과 라틀리프가 골밑을 잇따라 두드렸다. 임동섭의 컷-인으로 인한 레이업 슛, 크레익의 자유투가 이어졌다. 순식간에 51-38, 13점 차로 좁혀졌다.

이때, 오리온 토종 골밑의 거센 반격이 이어졌다. 공격 때 이승현은 항상 밖에서 진을 친다. 라틀리프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활발한 스위치로 미스매치를 만든다. '희생양'은 문태영이었다. 이승현이 문태영의 마크를 뚫고 골밑득점. 이어 장재석까지 문태영과 매치가 되자, 적극적 골밑 공략으로 2득점. 삼성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는 점수였다.

여기에 장재석이 골밑에서 공을 잡자, 삼성 수비가 엉켰다. 곧바로 외곽 이승현에게 연결, 깨끗한 3점포가 터졌다. 물론 라틀리프와 크레익과의 1대1 수비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정교한 하이-로 게임에 의한 득점 생산성, 상대 수비 약점을 효율적으로 공략하는 센스는 확실히 이승현-장재석 라인이 위력적이었다.

결국 삼성은 라틀리프와 크레익이 적극적 골밑 공략을 했지만, 한자릿수로 득점을 좁히지 못했다. 63-50, 13점 차 오리온의 리드.

▶4쿼터=삼성 더블팀 반격, 2% 부족했다

외국인 선수 1명이 뛸 때 오리온은 유리해진다. 일단 수비에서 라틀리프와 크레익을 동시에 견제하기 위해 두 개의 더블팀 진형을 만들어야 하지만, 1, 4쿼터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즉, 수비가 더욱 견고해진다. 공격에서는 오리온의 장기인, 포워드진의 미스매치에 의한 내외곽의 '국지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2, 3쿼터에는 상대적으로 골밑이 매우 빡빡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반전 바셋이 맹활약했지만, 3쿼터 또 다시 빠졌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시리즈 시작 전 바셋이 워낙 공수에서 좋았다. 하지만 4강 실전에서 페이스가 완전히 떨어지면서 팀 전체적으로 충격이 있었다"고 했다. 즉, 여전히 바셋은 믿을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는 의미. 따라서 삼성은 거센 추격전을 벌였던 3쿼터 한자릿수로 리드 폭을 줄이지 못한 것은 뼈아픈 부분이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점수는 11~13점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오리온 더블팀을 라틀리프가 효율적으로 깨지 못했다. 하지만 문태종이 느린 형 문태영의 마크를 따돌리고 골밑 연속 득점을 했다. 오리온은 문태종을 뺄 수 없었다. 라틀리프 더블팀 수비의 타이밍과 센스가 좋은 문태종이었기 때문. 오리온은 헤인즈의 미드 레인지 점퍼를 중심으로 삼성의 추격을 차단했다. 승부처가 다가왔다.

오리온의 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블팀을 쉴 새 없이 가야하고, 거기에 따른 외곽의 움직임도 상당하기 때문.

라틀리프에 대한 '봉인'이 풀리기 시작했다. 경기종료 5분을 남기고 라틀리프는 잇따라 골밑을 공략했다. 드디어 삼성은 3분을 남기고 73-65, 8점차 한자릿수로 좁혔다.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라틀리프는 2분을 남기고 자유투를 얻었다. 1개만 성공, 7점 차. 또 다시 삼성이 공격권을 얻었다. 주희정이 라틀리프에 연결하는 찰나, 패스가 걸렸다. 결국 오리온 허일영이 속공 레이업슛을 넣었다.

다시 9점 차, 1분26초밖에 남지 않았다.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라틀리프가 골밑 득점 후, 곧바로 스틸 또 다시 2점을 보탰다. 75-70.

이때 흥미로운 장면이 나왔다. 공격을 위해 헤인즈가 사이드라인에서 패스를 받자, 삼성은 곧바로 에워쌌다. 기습적 하프코트 더블팀. 헤인즈가 패스를 했지만, 끊어졌다. 경기 내내 라틀리프 더블팀 때문에 고전했던 삼성이 승부처에서 더블팀으로 반격한 것이다. 주희정이 공격할 때 속공 U 파울로 자유투 2개와 공격권이 삼성에 주어졌다. 5점 차의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

그러나 주희정은 자유투 1개를 실패했다. 이어진 공격에서 문태영이 던진 회심의 3점포가 림을 외면했다. 사실상 여기에서 경기가 끝났다.

2승2패가 됐다. 이제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2연승 후 2연패 한 삼성. 오리온은 헤인즈가 3차전 막판부터 4차전까지 완벽히 살아났다. 해결사 본능을 되찾았다. 게다가 오리온 특유의 스페이싱과 풍부한 포워드진을 이용한 특유의 강점이 제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삼성 역시 경기를 치를수록 라틀리프 활용법이 더욱 능수능란해지고 있다. 주희정이 끝까지 분투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 오리온은 최진수마저 전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5차전은 오리온 홈 고양에서 열린다. 잠실실내=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