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기분 좋죠. 제자가 골을 넣는데…."
25일 하석주 아주대 감독은 '애제자' 정태욱의 20세 이하 대표팀 활약에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년 아디다스컵 4개국 초청대회 1차전에서 온두라스를 3대2로 격파했다. 전반 15분 '수비수' 정태욱이 이승우의 크로스를 이어받어 압도적인 헤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초반 기선을 제압했다. U-20 대표팀에서 정태욱이 기록한 6번째 골이다. 웬만한 공격수보다 낫다. 2015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예선 북마리아나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2016년 바레인에서 열린 AFC U-19 챔피언십 태국전, 올해 초 포르투갈과의 평가전에서도 골맛을 봤다. 세트피스에서 1m94의 압도적인 높이를 활용한 '원샷원킬'은 신태용호의 '필살' 공격 옵션이다.
정태욱은 제주 유스 출신이다. 헤라르드 피케(바르셀로나)를 롤모델 삼은 축구청년은 눈 밝은 하석주 감독에게 발탁돼, 지난해 아주대에 입학했다. 1학년 때부터 거의 매경기 선발로 나섰다. 하 감독은 정태욱에 대해 "어릴 때 공격수도 봤던 선수라서 발재간이 있다. 수비수로서는 상당히 터프하고 투지가 넘친다. 평소엔 잘 웃고 낙천적인데 경기장에선 정말 터프하다. 절대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패스력, 제공권도 좋고, 큰 키에 비해 스피드도 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공격 지향적인 하 감독은 1m94의 센터백을 '꼭지점' 센터포워드로 올리는 반전 전술을 종종 썼다. 정태욱은 절체절명의 순간, 팀의 해결사를 자청했다. 지난해 U리그 데뷔전이자 개막전에서도 정태욱은 후반 20분 교체 투입돼 날카로운 헤더로 결승골을 터뜨리며 1대0 마수걸이 승리를 이끌었다.
국가대표 '왼발의 달인' 하 감독은 될성부른 애제자를 "오히려 강하게 키운다"고 했다.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A대표팀 수비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제일 높은 선수"라면서도 "성장을 거듭해야할 나이에 연령별 대표팀을 오가며 행여 나태해질까봐 일부러 더 야단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위로 올라갈수록 더 강한 상대와 싸워야 하기 때문에 피지컬, 멘탈, 영리함을 더 갖춰야 한다. 작고 빠른 선수들에 대한 대응도 더 좋아져야 한다. 피지컬도 더 불려야 하고, 하체 힘도 더 많이 길러야 하고, 턴하는 동작도 연습을 더해야 한다"고 했다. "19세, 20세 이하 대표선수들은 절대 만족하고 안주하면 안된다. 연령별 대표팀은 아무것도 아니다. 19세 이하 대표팀에서 A대표팀에 발탁되는 선수는 겨우 3~4명뿐"이라고 강조했다. "당연히 프로가 되고 대표선수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나도 홍명보, 황선홍도 20세 이하 대표팀을 거치지 않고 A대표가 됐다. 오히려 꾸준히 노력하고 뒷심 있는 선수들이 오래 간다. 태욱이에게도 늘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다행히 조언을 잘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태욱이의 가장 큰 장점은 멘탈이다. 받아들이는 태도가 좋다. 개인운동도 정말 열심히 한다"고 칭찬했다. "한창 커나가는 선수다. U-20 월드컵이 끝나고 나면 상당히 성장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0세 이하 대표팀에 소집된 애제자에게 하 감독은 "대표팀에 발탁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경기를 뛰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를 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잘 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승의 조언대로 정태욱은 이날 선제골을 밀어넣으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칭찬을 아끼던 하 감독이 활짝 웃었다. "당연히 좋죠. 제자가 골 넣는데…."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