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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내전' 시리아의 믿기어려운 월드컵 도전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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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시리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지난 6년간의 내전으로 시리아는 나날이 황폐해져갔다. 찬란했던 고대 아랍 문명과 각종 유적 중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파괴됐다.

하지만 잿더미 속에서도 희망은 싹튼다. 희망의 매개, 바로 축구다. 시리아 축구대표팀은 고통받는 시리아 국민들에게 특별한 존재다. 그 특별함은 시리아가 이번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예상 밖의 선전을 거두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23일(한국시각) 영국 국영방송 BBC는 홈페이지를 통해 '시리아의 축구대표팀, 전쟁, 월드컵 꿈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제목의 르포를 기고했다. 시리아는 2011년 반정부 시위가 내전으로 확산됐다. 주변국들이 개입하며 확전 양상으로 번졌고, 현재까지 약 5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집을 떠난 난민으로 전락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리아의 하늘에서는 폭탄이 떨어지고, 총알이 날아다닌다. 자이드 빈 라아드 자이드 알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2차 대전 이후 인간이 만든 최악의 재앙"이라고 개탄했다.

절망 속 시리아인에게 축구는 곧 희망이다. 시리아는 지난해 10월16일 '축구굴기'를 앞세워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는 중국을, 그것도 원정에서 1대0 승리를 거뒀다. 중립지역인 말레이시아에서 펼쳐지는 명목상 '홈경기'에서는 '아시아 최강' 한국, 이란(이상 0대0 무)을 상대로 승점을 얻었다. 팬들의 함성도, 홈어드밴티지도 없는 상황에서 얻은 쾌거다. 승점 5점으로 4위를 달리고 있는 시리아는 당당히 월드컵 진출의 꿈을 꾸고 있다. 아이 만 하킴 시리아 감독은 "우리가 지금까지 만든 결과는 기적이다. 우리는 최악의 환경에 놓여있다. 심지어 홈경기도 할 수 없다. 우리가 지금까지 얻은 성과는 우리 선수들의 대단한 정신력에 대한 증거"라고 했다.

시리아 선수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뛴다. '캡틴' 아마드 알 살리는 중국 허난 지안에서, 경험이 풍부한 피라스 알 카티브는 알 쿠웨이트에서 활약하고 있다.

자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오사마 오마리 정도다. 하지만 그는 군대에 징집돼 해외에 진출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했다. 내전 전까지만 해도 시리아 리그는 꽤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명맥을 이어가고 있긴 하지만 선전 도구에 불과하다. 정부의 통제 하에 진행되는 리그는 당연히 부실할 수 밖에 없다. 팬들은 외면하고 있고, 리그의 수준 역시 높지 않다. 대부분의 선수들, 혹은 유망주들은 축구를 포기하고 삶을 이어가기 위해 '또 하나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물론 여전히 대표팀은 정치적 상황에서 자유롭지 않다.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은 대표팀의 성공을 시리아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선전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팀 선수들은 한 경기 승리만으로 통상적인 시리아인 1년 임금에 달하는 1000달러의 수당을 받는다. 물론 경기가 끝난 뒤에는 아사드 대통령의 사진이 인쇄된 우스꽝스러운 티셔츠를 입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축구는 계속되고 있다. 시리아 축구인들은 대표팀을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이야기 한다. 쿠테이바 알 레파이 사무총장은 폭격으로 온전치 않은 시리아 축구협회 사무실에서 대표팀의 살림살이를 이끈다. 물론 그는 돈 한푼 받을 수 없다. 말레이시아 중립 경기 역시 그의 작품이며, 아시아축구연맹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으로 대표팀의 이동과 숙식을 책임진다. 알 레파이 총장은 "국제축구연맹(FIFA)는 스포츠와 정치를 구분하라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축구와 정치는 뗄 수 없다. 우리는 시리아를 대표한다. 이를 통해 시리아인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알 레파이 외에도 수많은 시리아 축구인들이 자신을 희생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 대표팀 선수들은 말레이시아에서 원정보다 힘겨운 홈경기를 치른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우리를 믿어주는 국민들에게 몇시간 동안 기쁨을 주는 것이다."

시리아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경기를 치른다. 우리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대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용기있는 여정 만큼은 큰 박수를 받을 만 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