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tvN '내성적인 보스'를 마친 배우 연우진을 만났다.
'내성적인 보스'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작품이다. '연애 말고 결혼'의 송현욱PD와 주화미 작가가 의기투합해 만든 소통 로맨스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던 것도 잠시. 과한 캐릭터 설정과 개연성 없는 전개로 혹평 받아 5회부터 대본과 촬영분을 전면 수정하는 대참사를 겪었다. 다행히 이후로는 안정을 되찾으며 매니아층을 다졌다. 일생 일대의 해프닝은 있었지만 덕분에 배우들 간의 결속력은 더 다져졌다.
"(후배들과) 자리도 많이 만드려고 했고 일상 얘기도 많이 했다. 그 친구들이 정말 많은 걸 받아주더라. 예술적인 조예가 깊어서 생각의 벽도 없고 잘 받아주기도 하고 너무 고마웠다. 특히 윤박에게 고마웠다. 내가 현장에서 딜레마에 빠져서 못하는 부분을 윤박이 다 채워줬다. 배우들이 응집할 수 있는 결속력을 단단히 만들어줬다. 배우들끼리 나이차 안 느껴질 정도로 즐겁게 촬영했다."
특히 멜로 호흡을 맞췄던 채로운 역의 박혜수에 대해서는 극찬을 이어갔다.
"박혜수는 실제로는 귀여운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털털하고 보이시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친구가 채로운을 연기하면서 귀엽고 사랑스러움을 멋지게 표현했다. 그 속에서 채로운에게 빠져들었다. 현장에서도 상대 배우에게 기운을 잘 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배우였던 것 같다. 연기가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서 정체되지 않을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는 멋진 배우였다. 초반에 내성적인 캐릭터를 연기함에 있어 어려웠던 걸 박혜수가 많이 이끌어내려고 했다. 혼자 고민 많이 했을 것 같다.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지더라. 참 고맙다. 자기 고민도 있었을텐데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지켜가는 배우더라. 어린 친구이지만 배울 게 많은 배우다 싶었다. 예술적 조예도 뛰어나더라. 음악적 조예도 깊고 깊이있는 사고를 하는 어린 친구를 보면서 더 기대가 됐다. 알고 싶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열 살 차이가 나지만 세대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할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다고. 물론 그럴 수 있었던 건 서로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혜수와는 일상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눴다. 중간에 힘들기도 했지만 선후배 관계로 다가가는 게 아니라 친구대 친구로, 연기라는 공통사를 갖고 있는 친구이자 동료로서 일상 대화를 많이 나눴다. 술자리에서 할 수 있는 편안한 얘기 나누며 벽을 많이 허물려고 했다. 그 친구도 거리낌없이 나를 잘 받아줬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자연스럽게 연기적 호흡도 더 좋아질 수 있었다. 그 친구를 통해 나 자신을 많이 허문 것 같아서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어쨌든 은환기는 이제까지 로맨틱코미디물에서 흔히 등장했던 캐릭터는 아니었다. 백마탄 왕자님의 배경은 갖고 있지만 백마를 타는 스킬이 없는, 소심하고 튀는 구석 없는 상당히 특이한 인물이었다.
"굳이 성격을 바꿀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바뀌어야 한다고 훈계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후반에 많이 나오더라. 나는 그걸 너무 느끼겠더라. 차 안에서 과자 먹고 흘리고 그러는데 정말 감정이입을 했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남자 스태프가 '사이다'라고 외치더라. 그 대사가 길어서 잘 안외워졌는데 박혜수가 연기하는 걸 보고 나서는 대사가 머리 속에 다 꽂히는 느낌이었다. 애드리브도 정말 많이 나왔고 웃겨서 NG도 많이 나왔다. 그때는 정말 공감되고 재밌었다. 그런데 더 크게 다가왔던 건 풀어주는 과정이다. 그런 부분이 로맨틱 코미디랑 잘 어우러져서 나도 즐겁게 촬영했던 것 같다."
연우진의 연기에 대해서는 호평이 쏟아졌다. '연우진의 재발견', '신개념 로코킹'이라는 등 각종 수식어가 튀어나왔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쑥쓰러워한다.
"너무 부끄러웠다. 그런 칭찬을 들으면 좋지만 어쨌든 작품 하나를 보고 은환기라는 캐릭터를 보고 달려온 4개월이었다. 좋은 작품으로 4개월 완주하고 모두가 하나될 수 있는 축제의 장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연우진의 수식어는 너무 부끄럽다. '내성적인 보스'의 구성원으로서 내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게 중요한 목표였다. 내 이름에 대한 수식어는 다른 분들의 공으로 돌리고 싶다. 연기는 함께하는 거다. 함께 동고동락하며 느껴지는 현장의 호흡이기 때문에 우리 모든 동료를 대신해서 받는 수식어가 아닌가 싶다. 오히려 내 이름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내가 맡은 임무를 다했나 완성도를 높였나 하는 의구심이 더 든다."
이제 연우진은 은환기를 보내고 새로운 캐릭터를 맞이할 생각이다.
"은환기로 살아오면서 너무 행복했다. 연기는 나를 찾는 과정인데 은환기라는 인물에 도취돼서 정말 좋은 추억을 쌓은 4개월이었다. 그 기쁨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지내왔다. 드라마 얘기를 할 수 있게 돼서 너무 기쁘고 오늘로서 은환기를 정말 멋지게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도 좋은 에너지를 갖고 곧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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