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이 창간 27주년을 맞아 한국, 일본, 미국을 거치며 최고 마무리로 활약중인 오승환(34)을 인터뷰했다. 오승환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로 활약한 후 메이저리그 소속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복귀했다. 미국으로 돌아가 이틀 동안 꼼짝도 않고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이후 시범경기에 등판하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오승환을 서면으로 만났다.
WBC 대표팀에 합류할 때부터 시차적응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소속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금방 본 모습을 되찾았다. 지난 17일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등판한 오승환은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국내 야구팬들은 이번 WBC를 통해 오승환의 위력을 재확인했다. 지난 6일 1라운드 A조 이스라엘전 1⅓이닝(1안타 3탈삼진 무실점)과 9일 마지막 대만전(2이닝 무안타 3탈삼진 무실점) 두 경기를 소화했다. 오승환은 이버 대표팀에 합류한 유일한 메이저리그 선수였다. KBO리그 투수들이 스트라이크를 던지는데 적잖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는 달리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와 자신감을 뿜어냈다. '칠테면 쳐봐라'는 식의 돌직구 퍼레이드가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가득메운 팬들을 열광시켰다.
오승환이 등장할 때의 엄청난 환호는 마침 시차로 인해 라커룸에서 TV로 이를 지켜보던 세인트루이스 팀 동료들을 놀라게 한것으로 알려졌다. 동료들은 오승환의 한국 내 인기를 확인뒤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송진우 WBC 대표팀 코치는 대회 당시 "오승환이 시차 때문에 힘들법도 한데 당일 가볍게 몸을 푼 뒤 다음날 불펜에서 피칭을 했다. 옆에서 지켜보는데 놀랐다. 볼회전이 완전히 다르다. 마치 슈퍼카 람보르기니 같았다"며 구위를 극찬했다.
▶"WBC 1라운드 탈락, 팬들께 죄송스런 마음 뿐"
오승환은 이번 WBC 합류를 놓고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해 초 해외원정도박 스캔들에 연루돼 100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국내리그 복귀시 시즌의 절반에 해당하는 7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명분과 실력 사이에서 팬들의 찬반여론도 팽팽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수차례 오승환의 필요성을 설파했고, 우여곡절끝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오승환은 올시즌이 끝나면 FA(자유계약선수)가 되는 개인적으로 중요한 해였지만, 흔쾌히 대표팀에 합류했다. 결과적으로 철저한 준비와 탁월한 기량으로 대표팀의 마지막 버팀목이 됐다. 한국은 대만전에 패하면 다음 대회부터 지역예선을 치러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이미 1라운드 탈락은 확정됐지만, 3전패 탈락은 피하고 싶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오승환은 8-8로 팽팽하던 9회말 무사 2루 위기에 등판했다. 안타 하나면 패하는 상황. 오승환은 압박감을 이겨냈고, 9회말을 무실점으로 넘긴 한국은 연장 10회초 양의지의 결승 희생플라이와 김태균의 쐐기 투런홈런으로 11대8로 이겼다. 마지막 10회말 마운드 역시 오승환이 지켜냈다.
오승환은 "WBC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뛸 수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이전 대표팀과 이번 대표팀에서 모두 어떤 보직이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것이 저를 믿고 뽑아주신 여러 대표팀 관계자분들과 성원해주신 팬 여러분들께 보답 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다. 다만 이번 대회는 팬들이 원하는 좋은 성적을 달성하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 선수들 기량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감이 중요하다"
WBC 이후 국내팬들 사이에선 KBO리그에 대한 거품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FA 100억원 시대가 열리고 선수들의 연봉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실력은 제자리걸음,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국제무대에선 '우물안 개구리'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특히 투수와 타자 모두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조차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감이 컸다. 타격부진 원인으로 스트라이크존 차이가 언급되기도 했지만 본질은 아니었다. 오승환을 제외하고 국내 투수들중 150㎞ 이상을 뿌린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오승환은 "특별한 대회에 특별한 마음가짐으로 참가했지만, 1라운드 탈락이라는 결과를 안았다. 팬들에게 죄송스럽운 마음이다. KBO리그의 경쟁력이나 KBO 리그 선수들의 수준이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KBO 리그에 뛰고 있는 선수라면 기본적인 기량과 잠재력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의 경우 자기 기량에 자신감만 더한다면 더 빨리 성장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 미국을 평정한 오승환은 새롭게 마무리에 도전하는 후배들에 대해서 조언했다. 오승환은 "마무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타자에 집중하고 팀 동료들을 믿는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구위, 몸, 정신력 변한 것 없다"
오승환은 2005년 삼성 라이온즈 입단 첫해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그해 61경기에서 10승1패16세이브11홀드-평균자책점 1.18. 불펜 에이스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다 이듬해 주전 마무리가 됐다. 2006년 4승2패47세이브-평균자책점 1.59. 최고 마무리의 탄생 시작이었다. 이후 삼성에서 9시즌을 뛰며 277세이브를 기록한 뒤 일본으로 떠났다. 2년간 한신 타이거즈 마무리로 활약했고,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해 6승3패19세이브-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했다. 셋업맨으로 시즌을 시작해 결국 마무리를 꿰찼다. 올해는 시작부터 마무리다.
20대 초반, 20대 중반, 20대 후반, 30대 초반, 30대 중반의 몸, 구위, 마음가짐 차이를 물었다. 오승환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아직까지 큰 차이는 느끼지 못한다. 항상 현재의 상황에 집중하는 편이기 때문에 스프링캠프에서 시즌 준비를 잘 하고 경기에 들어가서는 포수와 팀 동료들을 믿고 내가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던진다. 늘 단순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또 "지난해 나름대로 괜찮은 1년을 보냈지만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야구를 해오면서 한번도 어떤 포지션이 당연히 내자리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긴장감을 가지고 지난 캠프와 마찬가지로 시즌 개막에 맞추어 몸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 2년차지만 별반 달라질 것은 없다. 오승환은 "올해 특별히 새롭게 주안 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던지는 공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다. 그 다음은 포수와 그 외 팀 동료 들을 믿고 던지는 것이다. 팀이 작년보다 좋은 성적을 내는데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일정이 굉장히 빡빡해 국내 뉴스를 자주 접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KBO리그 소식은 틈날 때마다 인터넷으로 접한다. 지인들도 얘기를 해준다. 스포츠조선과도 한국, 일본에 있을 때 여러번 인터뷰를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본지 창간 축하메시지.
"안녕하세요. 오승환입니다. 스포츠조선 창간 축하합니다. 독자 여러분! 앞으로도 스포츠조선 많이 애독해주시고 야구에도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저도 열심히 해서 좋은 소식 들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