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201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상은 고진영(22·하이트진로)이 받았지만 '대세'는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었다는데 이견이 없다.
박성현은 7차례 우승을 비롯해 상금(13억3300만원), 평균타수(69.64타), 그린 적중률(79.72%), 드라이버 거리(265.59야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시즌 후반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을 위해 대회 출전을 자제하면서 더 이상 포인트를 쌓지 못하고 고진영에게 대상을 내줬다.
2017년, KLPGA 투어에 '괴물' 박성현이 사라졌다. 미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일각에선 KLPGA 투어에 박성현의 빈 자리가 느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KLPGA 투어에는 박성현 외에도 '대세' 타이틀을 거머쥘 스타들이 즐비하다.
가장 강력한 후보로는 역시 고진영이 꼽힌다. 올해 새 스폰서와 함께 하는 고진영은 지난 3개월여의 동계훈련에서 스윙을 가다듬고, 그린 주변에서의 쇼트게임에 중점을 뒀다. 고진영은 지난해 세 차레 우승, 상금과 평균 타수 2위를 기록했다. 고진영은 "이번 시즌 목표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행복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진영의 대항마로는 이승현(26·NH투자증권) 배선우(23·삼천리) 김해림(28·롯데)이 눈에 띈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2승씩 달성했다. 동계훈련에서 100m 안쪽에서의 거리감을 느끼기 위해 10m 단위의 쇼트게임 연습에 매진했다고 밝힌 이승현은 생애 최다인 한 시즌 3승을 목표로 잡고 있다.
배선우도 지난해 2승을 따냈다. 배선우의 장점은 기복이 심하지 않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1위를 역전할 수 있는 곳에서 꾸준하게 위협한다. 그러나 반대로 얘기하면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한 방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그래도 이번 동계훈련에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성과를 올렸다.
2007년 여름 KLPGA에 입회한 김해림은 지난 시즌 프로 데뷔 9년 만에 첫 승을 따내는 황홀한 한 해를 보냈다. 그리고 KB금융 스타챔피언십도 품으면서 '메이저 퀸'으로도 떠올랐다. 김해림은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매일 달걀 30개씩 먹으며 훈련을 했다. 엄청난 근육 운동과 식이요법이 결실을 맺었다.
이들 외에 가장 기대되는 스타가 있다. 주인공은 이정민(25·비씨카드)이다. 지난해 5월 중순부터 급격하게 추락한 이정민은 올 시즌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이정민은 "지난 시즌 샷 감이 떨어지면서 마음이 조급했던 것 같다. 시즌 목표 중 하나가 '조급해지지 말자'다. 성적이 준비한 만큼 나오든, 나오지 않든 간에 나는 천천히 내 리듬을 유지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며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또 '장타 여왕' 김민선(22·CJ오쇼핑)을 비롯해 조정민(23·문영그룹) 조윤지(26·NH투자증권)도 KLPGA 투어 새 여왕을 꿈꾸고 있다.
겨우내 '필드 퀸'이 되기 위해 움츠렸던 KLPGA 투어 스타들이 기지개를 켰다.
KLPGA 투어는 다음달 6일 제주도 롯데스카이힐에서 펼쳐질 롯데렌터카 여자 오픈부터 국내 공식 일정이 시작된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