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15만 관중에 대비해 소음 적응 훈련, 심리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윤덕여 여자축구 A대표팀 감독이 13일 평양에서 열릴 아시안컵 B조 예선전 엔트리 발표 후 북한전 대비책을 밝혔다. 윤덕여호는 내달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B조 예선에서 인도(5일), 북한(7일), 홍콩(9일), 우즈베키스탄(11일)과 잇달아 맞붙는다. 예선전이지만 '끝장' 승부나 다름없다. 조 1위팀에게만 요르단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본선행(내년 4월7~22일) 티켓이 주어진다. 아시안컵 본선 5위 안에 들어야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월드컵 출전이 가능하다. 3월 현재 북한의 FIFA랭킹은 10위, 한국은 18위다. 조1위를 하려면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최강' 북한을 이겨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2회 연속 월드컵 출전'을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길이다.
'이겨야 사는' 평양 원정의 심적 부담감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북한전은 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치러진다. 아시아 최강, 북한 안방에서 치러지는 남북전인 만큼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가대표 레전드 수비수 출신 윤 감독은 선수와 감독으로 북한 원정을 경험하는 유일한 축구인이다. 1990년 10월 11일 남북통일축구 이후 27년만에 다시 평양 땅을 밟게 됐다. 윤 감독은 당시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베이징에서 비행기를 타고 평양에 들어갔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고려호텔까지 가는데 연도에 수많은 인파들이 환영하던 모습들이 기억난다. 엄청난 환영 인파였다. 환영을 받으면서도 섬뜩한 기분도 있었다"고 했다. "능라도경기장엔 관중이 15만 명이나 들어찼다. 정말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분위기였다. 15만 관중의 조직적인 박수소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우렁찼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그때 못지 않은 엄청난 관중이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상 첫 월드컵 16강의 기적에도 불구하고, 한국 여자축구 WK리그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썰렁한 경기장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면면히 이어왔다. '윤덕여호' 선수들이 경험해본 가장 큰 무대는 3만여 명의 관중이 운집한 2015년 캐나다여자월드컵이다. 평양 김일성경기장의 15만 관중의 함성을 이겨낼, 강인한 마인드와 적응 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FIFA랭킹 10위의 북한은 지난해 17세 이하 월드컵,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잇달아 우승했다. 한국은 북한과의 역대 전적에서도 1승2무14패로 절대 열세다. 2013년 여자대표팀을 맡은 이후 윤 감독의 전적은 1무3패다. 3연패 끝에 지난해 2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예선전에서 1대1로 비기며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윤 감독은 북한의 전력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김광민 북한 감독과도 선수시절부터 수차례 마주친 인연이 있다. 1990년 10월 11일과 23일 두차례 평양과 서울을 오가며 열렸던 통일축구 때도 함께 공을 찼다. 1승1패를 나눠가졌다.
'난적' 북한의 전력에 대해 윤 감독은 "객관적 전력은 북한이 우위다. 북한은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우승한 어린 선수 8명이 가세했다. 커다란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봤다. "북한 축구는 기본적으로 체력을 중시한다. 체력이 밑받침되다 보니 좋은 경기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북한 역시 이겨야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감독은 "평양 원정이 심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두번째 방북인 만큼 내가 경험하고 느꼈던 부분을 선수들과 충분히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협회에서도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심리훈련, 소음 훈련 등을 집중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궁대표팀이 만원관중이 운집한 야구장에서 집중력 훈련을 하듯, 여자축구대표팀도 대형 스피커를 동원, 구름 관중속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심리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15만 관중과의 심리전에서 반드시 승리할 뜻을 분명히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