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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부터 설현까지… 디올과 발렌티노 "아름다움의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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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최정윤 기자] 지난달 24일과 28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신세계 백화점에서는 디올 그리고 발렌티노의 2017 S/S 컬렉션을 선보이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당일 현장에는 김혜수 최지우 김하늘 그리고 보아 윤아 설리 설현까지 많은 셀럽들이 자리를 빛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디올과 발렌티노를 이끄는 디자이너 사이에는 남다른 인연이 있어요. 디올의 마리아 그라지아 치우리와 발렌티노의 피에르 파울로 피치올리는 무려 27년간 함께 작업을 한 디자이너 듀오였기 때문이죠. 둘은 펜디, 발렌티노의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함께 작업을 하다 2010년부터는 발렌티노 전 라인을 책임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2017 S/S 시즌, 마리아 그라지아 치우리가 디올로 자리를 옮기면서 드디어 각자의 컬렉션을 선보이게 된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보면 닮은 듯하면서도 확실하게 다른 두 디자이너의 개성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것 같아요. 그럼 국내 톱 스타들의 아름다운 자태와 함께 디올과 발렌티노에서 제시하는 뉴 트렌드를 한번 살펴볼까요.

▶'디올 2017 S/S 컬렉션' 오늘날 여성의 모습을 재창조하다.

디올의 첫 여성 디자이너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마리아 그라지아 치우리. 그는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오늘날의 여성을 재현하는 패션을 창조하고 싶었다"라며 17 S/S 쇼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국내 셀럽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디올의 의미를 선보였을까요.

작년 청룡영화상 레드 카펫에서 글래머러스한 드레스 대신 멋스러운 턱시도를 선택하며 당당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선보였던 배우 김혜수. 이날 역시 잿 블랙의 슬림한 슈트를 선택, 기본 티셔츠와 매치해 여유 있는 룩을 완성했습니다. 특히 김혜수가 선택한 디올의 티셔츠에는 좀 색다른 의미가 담겨있다고 하는데요.

마리아 그라지아 치우리의 화려한 데뷔에 강렬한 인상을 더하는 데 한몫했던 슬로건 티셔츠입니다. 최근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려 더욱 뜨겁게 다뤄졌기도 하고요. 그동안 여성스러운 무드가 넘쳐 흘렀던 디올의 런웨이에서 이런 스트리트적인 아이템의 등장은 새로운 충격을 안겨줬었죠. 그리고 'We should all be feminist(우리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 'DIO(R)EVOLUTION(디올의 혁명 또는 진화)'라는 텍스트의 단호함. 60년대 여성들의 자유와 평등을 상징하는 의복으로 많이 착용되었던 티셔츠 속에 담겼기에 더욱 눈길을 끕니다.

디올의 런웨이에서 과감한 메시지는 로맨틱한 튈 드레스와 함께 매치되어 보다 아름답게 보입니다.

디올은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제시합니다. 특별한 보호 장비를 제외하고 남녀 복식이 동일한 펜싱의 유니폼은 변형과 믹스 앤 매치를 통해 현대의 여성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업데이트됩니다. 윤아의 블라우스 속 퀼팅 디테일이 바로 펜싱에서 따온 요소 중 하나고요. 중성적인 유니폼과 여성스러운 아이템의 조합 속에서 펜싱 경기의 긴장감은 보다 로맨틱하게 해석됩니다.

의미가 어렵게 다가오지만 지극히 여성스러운 스타일에 액티브한 요소를 더하는 것은 색다른 일이 될 것 같은데요. 여자의 옷, 시선에 갇혀 행동마저 조심해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보는 거죠. 우아한 옷을 입고도 활동적인 사인을 취할 수 있는 스타일링, 멋지지 않나요.

특유의 자유로운 감성으로 가득한 SNS로 유스들의 지지를 받고, 때로는 논란의 중심이 되는 설리. 하지만 그 사랑스러움은 여전합니다. 설리는 디올의 란제리 드레스를 과감하게 선택해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자랑합니다.

그동안 다양한 브랜드에서 여자의 은밀한 아이템을 새롭게 활용한 다양한 착장을 보였는데요. 겉옷 위에 코르셋을 덧입거나, 슬립 드레스의 일상화를 통해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자유를 드러내기도 했죠. 디올의 런웨이에는 더 이상 압박하지 않는 코르셋 드레스를 선보이고, 테크닉적인 언더웨어를 슬며시 꺼내 보입니다.

다양한 시도로 혁신적인 쇼를 만들었지만, 디올 하우스의 클래식한 아카이브도 잊지 않습니다. 40년대 디올 뉴룩(New Look)의 부드러운 곡선은 마리아 그라지아 치우리의 감성이 더해져 아름답게 재해석됩니다.

▶'발렌티노 2017 S/S' 휴머니즘에 대한 날카로운 재해석

발렌티노 컬렉션은 상큼한 과즙이 연상되는 색채들이 등장해 입맛을 돋우었는데요. 브랜드 특유의 로맨틱함으로 사랑받고 있는 발렌티노는 이번 시즌 역시 여자들의 환상을 배불리 채워줍니다. 피에르 파울로 피치올리가 선보이는 봄볕의 따사로움을 함께 만끽해볼까요.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자리한 설현은 드로잉 프린트가 매력적인 살구색 드레스를 선택해 눈부신 미모를 뽐냈습니다.

피에르 파울로 피치올리는 이번 컬렉션을 대해 휴머니즘에 대한 펑크적인 해석이라고 말하며, 꿈같이 달콤한 색들의 향연 속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날카로운 물음을 던집니다. 드레스 속 화려한 프린팅의 정체를 알면 그 물음이 조금은 풀릴 테지요.

발렌티노의 섬세한 프린트는 네덜란드의 중세시대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쉬(Hieronymus Bosch, 1405~1516년)의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합니다. 히로니뮈스 보스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죄악, 최후의 심판을 주제로 환상적인 이미지와 기묘한 상징성을 특징으로 하는 종교화를 주로 남겼는데요. 천국과 지옥에 대한 환상을 난해하고도 적나라하게 시각화한 그의 작품에 대한 해석은 지금까지도 미스테리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피에르 파울로 피치올리는 보쉬의 대표작 쾌락의 정원(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을 텍스타일 아티스트 잔드라 로즈(Zandra Rhodes)를 통해 재해석해 컬렉션에 담았습니다. 보기엔 아름답지만 들여다보면 정반대되는 세상이 열리는 거지요. 발렌티노는 이를 아름다움의 부재를 통해 또 다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발렌티노의 컬러 팔레트는 상큼하면서도 로맨틱하게 전개됩니다. 포이즌 그린은 튈 위에 수놓아진 벨벳 디테일과 트리밍 장식으로 다채롭게 변화하는데요. 이번 시즌 포인트 컬러로 활용하기 좋겠어요. 특히 최지우처럼 클래식한 트렌치코트에 매치해보거나 화이트 블라우스와 함께한 트라우저 팬츠 스타일링은 산뜻한 데이웨어로도 손색없겠고요.

발렌티노 하우스의 상징적인 컬러, 레드 역시 우아하고도 펑키하게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모델 한혜진은 팝한 푸크시아 핑크와 버건디, 레드의 컬러 블로킹 드레스로 강렬하고도 에너지틱한 모습을 선보이며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dondante14@sportschosun.com 사진=스포츠조선DB, 디올, 발렌티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