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땅을 처음 밟았을 때 그가 아니다. 릭 밴덴헐크(32·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어떻게 진정한 '헐크'가 됐나.
헨슬리 뮬렌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한국전 선발투수로 밴덴헐크를 낙점했다. 예상된 선택이었다. 밴덴헐크는 KBO리그,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면서 아시아 야구를 경험했다. 한국 대표팀 타자 대다수와 직접 상대해봤기 때문에 다른 투수들보다 유리하다. 한국 역시 밴덴헐크가 선발 등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상대지만, 그래도 밴덴헐크는 강했다. 예전보다 더 강해졌다.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전에 선발로 나선 밴덴헐크는 4이닝 무실점, 투구수 62개를 기록하고 물러났다.
흠잡을 데 없는 투구는 아니었다.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았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기복이 있었다. 밴덴헐크는 안타 3개와 볼넷 2개를 허용했다. 그러나 위기를 노련함으로 극복했다. 병살 2개를 유도해 위기를 넘겼다.
밴덴헐크가 KBO리그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3년. 메이저리그 통산 50경기에 등판해 8승11패-평균자책점 6.08. 특별할 게 없었던 그는 삼성 라이온즈에서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큰 키에서 내리꽂는 투구가 장점이지만, 들쭉날쭉한 투구 밸런스가 문제였다.
2013년 7승9패-평균자책점 3.95. 평범했던 밴덴헐크는 이듬해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시즌 초반 어깨 통증으로 2군에서 재활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카도쿠라 켄 투수 인스트럭터와 훈련을 하며 흔들리던 밸런스를 잡았다. 제구가 잡히자 성적도 월등히 좋아졌다. 밴덴헐크는 2014시즌 13승4패-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하며 '에이스'로 거듭났다.
KBO리그에서의 활약은 일본 프로야구 진출의 발판이 됐다. 2015년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2년 총액 4억엔(약 40억원)에 밴덴헐크를 영입했다. 삼성에서 한 단계 발전한 밴덴헐크는 KBO리그보다 더 정교한 일본에서 세밀함을 추가했다. 또 일본 프로야구에서 데뷔전부터 14연승 신기록을 세웠다.
밴덴헐크는 여전히 한국과의 인연을 놓지 않고 있다. 포스트시즌 때 한국을 방문해 삼성 경기를 지켜보고 옛 동료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번 WBC에서도 삼성에서 함께 뛰었던 최형우 박석민 등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밴덴헐크는 이전과 전혀 다른 선수로 성장했다. 빅리거들이 즐비한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당당히 '에이스' 역할을 맡았다. 뮬렌 감독은 밴덴헐크에 대해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선수"라고 했다. 진정한 '헐크'로 진화한 밴덴헐크의 야구 인생은 지금이 절정이다.
고척=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