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불어라 미풍아'와 다를 바가 없었다. '당신은 너무합니다'에도 막장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4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새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연출 백호민, 극본 하청옥)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그릴 것"이라던 기획 의도와 달리 방송 2회 만에 막장 전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5일 2회 방송에서는 유부남이자 대기업 회장 박성환(전광렬)의 사랑은 받고 있는 톱가수는 유지나(엄정화)는 모창가수 정해당(구혜선)의 남자친구 조성택(재희)에게 애정을 품었다. 정해당이 지척에서 잠을 자고 있었음에도 유지나와 조성택은 이상야릇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방송 말미에는 유지니가 정해당에게 당당하게 "저 남자(조성택) 나 줘요. 나 아무래도 저 남자랑 한 번 살아봐야 겠어. 그러니까 저 남자 나 줘요"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막장의 냄새가 나는 전개보다 극중 대사는 더했다. 조성택이 유지나에게 했던 "왜 얘기할 때 못쳐다 보냐구요? 당신 눈이 너무 깊어서"라는 대사는 2000년대 드라마가 맞는지 의심을 들게 할 만큼 촌스러웠다. 극중 유부남임에도 유지나를 탐내는 대기업 회장 박성환의 대사는 더 하다. "내가 의외로 여자라는 생명체에 대해서 잘 알거든" "그게 바로 수컷의 알량한 자존심이지 .여자는 그저 강아지처럼 힘있는 주인한테 사랑이나 받으면서 사는 게 신세 제일 편한거야"라는 대사는 마치 90년대 아침드라마를 떠올리게 했다.
'당신은 너무합니다'는 불꽃같은 인생을 사는 화려한 스타 가수와 이름조차 우스꽝스러운 모창 가수의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로 모창가수라는 새로운 소재와 엄정화, 구혜선 톱 배우들의 출연으로 '품격 있는 주말 드라마'를 기대케 했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당신은 너무합니다'는 그동안 주말드라마나 아침드라마에서 숱하게 봐오던 불륜과 치정 이야기와 다를 바 없는 자극적이면서도 진부한 이야기일 뿐이었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다른 두 여자의 우정과 갈등을 표현했다. 대비되는 두 여자를 통해 인간의 깊은 고뇌,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그릴 예정이다"고 밝혔던 백호민 PD의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과연 '당신은 너무합니다'가 앞으로의 전개에서는 초반의 기획 의도대로 '막장'보다는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그려내며 시청률까지 사수할 수 있을까. 또한 '톱스타' 엄정화와 구혜선의 이름 값에 걸맞는 품격 높은 주말드라마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당신은 너무합니다'는 매주 토, 일요일 8시 45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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