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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 없는 韓 리듬체조, 어디로 가시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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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리듬체조의 간판' 손연재(23·연세대)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손연재는 4일 태릉선수촌 필승주체육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17년 동안의 기나긴 여정을 마친 손연재는 "아쉬움과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앞만 보고 달려왔고, 그 결과 감사하게도 아쉬움과 후회는 남기지 않았다"며 "리듬체조를 통해 많이 배웠다. 그동안 나를 응원하고 지켜봐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더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이별을 고했다.

손연재는 한국 리듬체조의 살아있는 역사였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4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유니버시아드 및 각종 월드컵에서 메달을 거머쥐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손연재는 새 출발을 위해 화려했던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국 리듬체조의 미래를 생각했다. 특히 후배들의 앞날을 걱정했다. 손연재는 "6년 정도 러시아에서 세계 최고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 선수들은 경기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출전을 하면서 기량을 향상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회 출전 문제, 이게 왜 어려운 일일까.

▶비정상의 정상화+투자 절실

손연재가 말한 각종 대회를 통한 '경기력 향상'은 단순히 리듬체조 문제만은 아니다. 종목을 막론하고 다양한 무대에서의 실전 경험을 통한 경기력 향상의 중요성이 강조돼 왔다. 하지만 손연재의 말처럼 한국 선수들은 국제대회에 나설 기회가 많지 않다.

일단 국내 대회조차 많지 않다. 국가대표 선발전, 전국체육대회 등 일부에 불과하다.

부족한 경기력을 채우고 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국제대회 경험이 필수다. 하지만 현실적 벽이 만만치 않다. 국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를 뒷받침하기에는 협회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체조협회 관계자는 "현재 예산에서 리듬체조의 비중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국제대회 출전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모든 국제대회에 선수를 파견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한체조협회는 리듬체조 외에 기계체조, 생활체조 등을 함께 관리하고 있다. 예산과 후원 등 지원금은 턱없이 모자란 현실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후원과 투자가 따라줘야 한다. 실례도 있다. 양궁협회, 스키협회 등은 적극적인 통큰 투자를 통해 결실을 맺었다. 양궁대표팀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전종목 석권이라는 역사를 썼고, 스키협회는 2017년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쓸어담으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협회의 노력이 우선이다. 변화가 없는 한 후원도 없다. 리듬체조의 경우 오래 전부터 비리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전직 체조협회 간부는 국가대표 코치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기도 했고, 대표 선발 과정에서 부정을 저지르기도 했다. 실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월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부정행위 혐의로 대한체조협회 전 부회장 등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손연재의 은퇴식이 열린 날은 2017년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린 날이기도 했다. 큰 족적을 남긴 선수의 빈자리를 메울 새 시대,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시간. 갈 길 바쁜 한국 리듬체조의 미래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을까.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