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출시한 지 2년도 되지 않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업데이트를 중단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LG전자가 G4와 V10에 대해 안드로이드 누가 업데이트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단체·소비자들 사이에서 LG전자의 신뢰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팔고 나면 그만, 팔고 나면 나몰라라냐"며 LG전자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제품 판매 이후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소비자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녹소연)는 '스마트폰 고려장'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격렬히 비판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로 모듈형으로 선보인 G5에 대해서도 LG전자가 약속했던 추가 모듈이 나오지 않는데다 G6에 이 방식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G5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처럼 전작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G4·G5와 V10이 사후 관리 문제로 잇달아 도마에 올라 G6 판매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출시 2년 안 된 스마트폰 사후 지원 중단으로 도마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 G4와 V10의 OS에 최신 버전인 안드로이드 누가(7.0 혹은 7.1)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다고 정했다. LG전자 관계자는 "G4,V10의 경우 최적의 소프트웨어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마시멜로(6.0) OS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누가 업데이트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게 내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기 성능의 안정화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소비자·시민단체의 주장은 LG전자와 극명히 엇갈린다. 출시 2년이 채 안된 제품의 OS 업데이트 중단 결정은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반응이다.
LG전자는 2015년 4월 G4를, 10월에는 V10을 출시했다. 당시 G4는 고급 소가죽을 핸드폰 뒷면에 덧댔고, V10은 업계 최초로 듀얼 카메라를 적용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LG전자는 해당 제품을 차세대 전략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홍보했다.
두 제품은 출시 당시 OS로 안드로이드 롤리팝(5.1)을 채택했다. G4는 2015년 11월, V10은 2016년 3월에 마시멜로(6.0)로 업데이트가 진행됐지만 최신 버전인 누가로 업데이트는 제공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구입자들은 일반적으로 2년 약정을 통해 스마트폰을 구입한다. 약정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후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된 셈이다.
이런 이유로 경쟁사인 삼성전자 등과 비교해 형평성이 없는 결정으로 얄팍한 상술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녹소연은 "LG전자가 소프트웨어 안정성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것은 궁색한 변명일 뿐"이라며 "G4·V10과 같은 칩셋(퀄컴 스냅드래곤 808)을 탑재한 구글 넥서스 5X 등은 이미 '누가'로 업데이트를 완료했고 삼성전자가 G4와 비슷한 시기 출시한 갤럭시S6, 갤럭시노트5의 누가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라며 지적했다. 이어 "신규 출시되는 G6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이라면 신규 제품을 위해 기존 제품을 버리는 행태로 소비자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LG모바일 사용자카페 등 스마트폰 관련 커뮤니티에 최근 LG전자를 성토하는 글이 증가하고 있다. G4와 V10의 OS 업데이트 중단 뿐 아니라 지난해 세계 최초로 선보인 모듈형 스마트폰 G5 후속모델인 G6가 모듈형을 포기한 것을 두고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만큼 '팔고 나서 나몰라라'식의 영업행태가 G4와 V10의 누가 업그레이드 중단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LG모바일 사용자카페의 한 이용자는 "LG전자가 '추후 제품들과 연동하게 하겠다', '추가 모듈개발하겠다'고 강조했던 점을 믿고 G5를 구매했지만 추가 모듈은 없었고, 기존 모듈용 프렌즈킷을 다른 모델에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LG전자는 오디오(AUX) 단자를 이용해 기존 모듈을 연동할 수 있다고 하는 등 억지논리만 앞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MWC서 외신 호평 받은 G6…국가별 스펙 차이 아쉬워
통신업계 안팎에선 최근 LG전자의 소비자 신뢰 문제가 G6로 옮겨 붙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G4·G5·V10, 등 LG전자가 선보인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G6도 비슷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LG전자는 MWC 2017에서 G6를 공개하며 국내외 통신업계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스마트폰 가운데 처음으로 채택한 18:9 화면비와 고화질 광각 성능을 탑재한 카메라, 오디오 기능 등은 외신으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G6는 출시 국가별 스펙이 다르게 출시된다. G6의 해외 판매 모델은 무선 충전 방식이 제공되지만 국내 판매 모델은 무선 충전이 지원되지 않는 게 대표적이다. 또한 국내 모델은 64GB만 제공되지만 해외모델에는 32GB가 제공되는 점, LG전자가 야심차게 탑재했던 인공지능(AI) 가상비서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 버전이 언제 제공될지 모른다는 점 등도 차이를 보인다. 대부분 사후 관리에 포함되는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G4와 V10의 업그레이드 중단을 통해 소비자 신뢰를 잃기보다는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는 게 브랜드이미지와 회사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사후 관리 문제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면 G6의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