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김향기(17)가 "2년 뒤 스무 살, 걱정보다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영화 '눈길'(이나정 감독, KBS 한국방송공사 제작)에서 가난하지만 씩씩한 소녀 최종분을 연기한 김향기. 그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지난 2003년 광고 모델로 연예계 입성, 2006년 영화 '마음이'(박은형·오달균 감독)를 통해 연기를 시작한 김향기. 맑은 눈빛과 나이답지 않은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하며 단번에 '아역 스타'로 거듭난 그는 이후 2007년 SBS 드라마 '소금인형' '불량 커플' '못된 사랑', 2008년 MBC 드라마 '밤이면 밤마다', 2009년 MBC 드라마 '히어로', 2010년 영화 '웨딩드레스'(권형진 감독) '해결사'(권혁재 감독) '그대를 사랑합니다'(추창민 감독), 2012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김주호 감독) '늑대소년'(조성희 감독), 2013년 MBC 드라마 '여왕의 교실', 2014년 영화 '우아한 거짓말'(이한 감독), 2016년 영화 '오빠생각'(이한 감독)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권종관 감독), 그리고 3월 개봉을 앞둔 '눈길'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활동을 이어갔고 무엇보다 올해 여름엔 일찌감치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블록버스터 '신과함께'(김용화 감독)에 참여,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번 김향기의 신작 '눈길'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극장 개봉에 앞서 드라마로 먼저 시청자를 찾은 바 있다. 2015년 2월 28일, 3월 1일 이틀간 KBS1을 통해 특집극으로 방송돼 화제를 모은 것. 애초 영화로 계획된 '눈길'은 개봉 전 방송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고 방송 이후 '눈길'을 재편집해 영화로 만들어 관객을 찾게 됐다.
영화로 만들어진 '눈길'은 제37회 반프 월드 미디어 페스티벌 최우수상 수상, 제24회 중국 금계백화장 최우수 작품상·여우주연상(김새론) 수상, 제67회 이탈리아상 대상 프리 이탈리아상 수상,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제18회 상하이국제영화제·제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 전 세계 권위 있는 시상식·영화제에서 초청 및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극 중 티 없이 맑은 웃음이 예쁜 소녀 종분을 소화한 김향기. 싹싹하고 붙임성 좋은 다정다감한 성격 때문에 동네 어르신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종분. 마을의 부잣집 딸 영애(김새론)의 친오빠 영주(서영주)를 짝사랑하며 영애처럼 일본 학교에 가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가진 소녀지만 밤중에 쳐들어온 낯선 사람들 손에 끌려 일본 위안부로 끌려가는 비극적 운명을 가진 인물을 자신만의 색깔을 통해 표현했다. 또한 김향기는 이 작품을 통해 김영옥과 2인 1역에 도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역으로 시작해 어느덧 연기 데뷔 11년 차를 맞은 김향기. 2년 뒤 본격 성인 배우로 출격을 알린 그는 "아역을 벗어난다는 생각만으로 떨리고 걱정도 되며 반면 기대가 되기도 한다. 요즘 특히 여러 가지 감정과 기분이 복합적으로 든다. 2년 뒤 스무 살이 된 내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고 머쓱해 했다.
이어 "이 시기를 잘 넘기고 제대로 된 배우로 성장할 수 있을지 걱정되고 고민이 된다. 하지만 고민으로 받아들일 뿐 크게 부담을 갖거나 두려움이 있는 건 아니다. '성인 배우로 이미지 변신을 해야지'라는 욕심보다는 그냥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 나가고 싶다. 일단 많은 경험과 배움을 통해 멋진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더 크다"고 답했다.
아역에서 성장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기. 기대도 크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도 상당하다는 김향기는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나뿐만 아니라 내 또래의 아역배우들 모두 이런 부분에 있어서 각자의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다. 아역 출신 선배 언니들을 보면 결국 자기가 맡은 역할을 열심히 해서 성장한다. 각자에게 맞는 역할이 있고 본인에게 어울리는 연기가 있는데 이걸 제대로 찾아 노력하면 성인 배우로서 자리 잡을 수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급하게 가지 않으려고 한다. '스스로 느려도 좋으니까 최선을 다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고 남다른 소신을 전했다.
1999년 김소현, 김유정과 2000년생 동갑내기 김새론과 함께 '아역 전성시대'를 보낸 김향기. 하지만 그는 폭풍 성장으로 일찌감치 여성미를 발휘한 아역들에 비해 아직은 소녀 이미지가 강한 게 사실. 성인 배우로 성장하는데 소녀 이미지가 제약될 수 있다며 김향기를 우려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이와 관련해 김향기는 "이미지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해 본 적은 없다. 단지 작품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는 욕심은 있다. 여성미를 드러내거나 로맨스 연기를 하고 싶다는 집착은 없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나? 그런 작품과 캐릭터, 이미지는 어른이 된 후 보여줘도 충분할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는 "변신보다는 일단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못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 못된 역할이나 까칠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고 무엇보다 다중인격을 표현하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 MBC '킬미, 힐미'에서 지성 선배가 다중인격 연기를 보여주셨는데 그때 감탄했다. 한 작품에서 한 이물이 여러 가지 성격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지성 선배가 여자 캐릭터를 소화하는 대목에서는 진짜 깜짝 놀랐다. 체력은 물론 정신적 소비가 상당할 텐데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웠다. 나도 언젠가는 저런 캐릭터를 소화해보고 싶다는 꿈을 꿨다"고 덧붙였다.
한편, '눈길'은 일제 강점기 서로 다른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비극을 살아야 했던 두 소녀의 가슴 시린 우정을 다룬 감동 드라마다. 김향기, 김새론, 김영옥, 조수향, 서영주, 장영남 등이 가세했고 KBS1 '당신 뿐이야'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드라마 스페셜 '연우의 여름' 등을 연출한 이나정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3월 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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