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한국대표팀에 악몽이었다. 대만에서 열린 1라운드 B조 첫 경기에서 한수 아래로 봤던 네덜란드에 0대5 완패를 당했다. 남은 두 경기에서 2승을 거뒀지만, 득실차에서 밀려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2006년 1회 대회 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 2009년 2회 대회 준우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던 한국야구가 망신을 당했다.
공교롭게도 네덜란드는 한국과 2017년 WBC 1라운드 A조에 편성됐다. 메이저리그 선수 다수가 합류해 이전보다 더 강한 전력을 구축했다. 한쪽에선 우승 후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물론, 김인식 대표팀 감독이 가장 경계하는 팀이 네덜란드다.
네덜란드가 위협적인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삼성 라이온즈를 거쳐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뛰고 있는 우완 투수 밴덴헐크(32)다. 벌써부터 '지한파'인 밴덴헐크가 3월 7일 한국전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밴덴헐크는 현재 소프트뱅크의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WBC와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캠프에서 단기연수중인 류중일 전 삼성 감독은 그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류 전 감독은 두 차례 밴덴헐크의 불펜피칭, 캐치볼을 지켜봤다고 했다. 둘은 2013~2014년, 2년간 삼성 감독-주축 투수로 함께 했다.
류 전 감독은 스포츠조선과 전화통화에서 "밴덴헐크가 삼성 시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 투구폼이 예전보다 간결해 졌다. 왼쪽 다리를 크로스해 던졌는데,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고 했다. 컨택트 능력이 좋고 빠른 일본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적응한 결과다.
류 감독은 이어 "삼성 때는 빠른 공이 위력적이었지만, 높은 공이 많았다. 투구폼을 간결하게 바꾸면서 제구력이 좋아져 하이볼을 보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스피드가 떨어진 것도 아니다. 류 전 감독은 "이전보다 공이 무서워졌다"고 경계했다. 그는 또 "투구수 제한이 있는 대회 규정상 선발로 나가면 65개까지 던질 수 있는데, (한국전에 등판한다면)4회까지 고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프로야구는 2월 1일 전지훈련을 시작하는 일정에 익숙해 있다. 선수가 개인훈련을 통해 몸을 만들어 전지훈련에 합류하면, 바로 실전에 가까운 피칭에 들어간다.
일찌감치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아직 등판 일정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류 전 감독은 "'한국전에 선발로 나가는 거냐'고 묻자, 아직 모르겠다며 웃더라"고 했다.
밴덴헐크는 올시즌 개막전 선발로 거론된 만큼 평가가 좋다. 그는 2015년 15경기에 등판해 9승무패-평균자책점 2.52, 지난해 13경기에 나서 7승3패-3.84를 기록했다. 데뷔전부터 14연승을 거두며 화제가 됐다. 밴덴헐크는 삼성 소속으로 두 시즌 동안 49경기에 등판해 20승13패-평균자책점 3.55를 마크했다. 2014년에는 평균자책점(3.18)과 삼진(180개) 1위에 올랐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