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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키워드로 살펴본 2016년 게임사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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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조한 성장, 더 벌어진 격차'

국내 게임사들의 2016년 실적 발표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대형 게임사들이 모바일게임과 글로벌화로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으로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산업계의 허리를 책임지고 있는 중견 게임사들은 이에 미치지 못하거나 오히려 후퇴하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3개의 키워드로 지난해 게임사들이 어떤 실적을 올렸는지 살펴본다.

▶조(兆), 꿈이 아닌 현실

국내 게임사들에게 연매출 1조원 달성은 그동안 '꿈의 목표'로 꼽혔다. 지난 2011년 넥슨이 국내 게임사 가운데 처음으로 '1조원 클럽' 시대를 열었지만, 넥슨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그 상징성은 반감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넷마블게임즈가 모바일게임 전성시대를 맞아 지난 2015년 넥슨에 이어 두번째로 '1조원 연매출'을 달성하며 다시 희망이 부풀어올랐다. 넷마블은 이 기세를 이어 2016년에 1조5061억원의 매출과 29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 대비 각각 36.4%, 80.9% 급증하며 성장세가 계속됐다.

엔씨소프트는 전년 대비 17% 성장한 연매출 9835억원으로 아쉽게 '1조원 클럽'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역대 최고 매출로 올해를 더욱 기대케 했다. 영업이익은 3288억원으로 역시 역대 최대이다. 효자게임인 온라인 MMORPG '리니지'가 3755억원의 매출을 차지, 넷마블보다 연매출이 3분의 2에 불과함에도 더 높은 영업이익으로 모바일을 뛰어넘는 온라인게임의 수익성을 입증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2016년 매출 8564억원, 영업이익 264억원을 달성했다. 최초로 매출 8000억원대를 달성했는데, 이 가운데 게임매출은 4729억원으로 55.2%를 차지했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간편결제서비스인 페이코(PAYCO)와 광고 부문을 분사시키고 올해 게임 서비스에 더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넥슨은 자회사의 부진과 엔화 강세로 인해 1조9538억원의 연매출, 4298억원의 영업이익으로 '2조원 클럽'의 문턱에서 아쉽게 주저앉았다. 지난 2012년 인수한 일본 모바일게임사 글룹스의 손상차손이 반영된 결과로, 이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1% 성장했다고 넥슨은 밝혔다.

▶IP와 글로벌, 선택이 아닌 필수

이처럼 대형 게임사들이 일제히 두자릿수 성장으로 매출 급증세를 이어간 것은 IP(지식재산권), 그리고 글로벌 시장 덕분이다.

현지화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온라인게임 때와는 달리 모바일게임은 거의 동시 출시가 가능한 글로벌 오픈마켓이 존재, 확장성이 클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런 이유로 국내 시장도 해외 게임사들에게 대폭 내줘야 하는 '트레이드 오프' 관계가 있다. 하지만 북미와 일본 중국 등의 모바일게임 시장이 한국보다 더 크기 때문에, 경쟁력만 갖춘다면 충분히 싸워볼 수 있다.

더불어 국내외 히트작 IP 확보는 '성공의 키'로 꼽힌다. 검증된 IP를 활용해 게임을 만들 경우 이미 수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어 다른 경쟁 게임들과의 출발선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넷마블은 '리니지2' IP를 활용해 지난해 말 출시한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한달만에 무려 20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기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향후 여전히 많은 콘텐츠 업데이트가 남아있고, 장르 자체가 생명력이 긴 MMORPG인데다, 넷마블이 '모두의마블'과 '세븐나이츠'처럼 장수 모바일게임을 운영할 능력이 있어 올해 매출에 엄청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은 지난해 해외매출 비중이 51%로 이 역시 1년만에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레볼루션'의 히트가 이어지면 라이선스 매출이 급증할 수 있는데다, '리니지' IP를 활용해 지난해 12월 출시한 '리니지 레드나이츠'가 선전을 하고 있고 올해 출시될 '리니지M'이 상당한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는 등 IP 사업을 통해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대 실적을 이어간 모바일게임 형제사인 컴투스와 게임빌도 이번 실적 발표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컴투스는 글로벌 히트작 '서머너즈 워'를 바탕으로 5156억원, 게임빌은 '별이되어라!'를 앞세워 162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컴투스는 매출의 86%, 게임빌은 6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며 확대된 글로벌 시장 덕을 톡톡히 봤다.

컴투스는 '서머너즈 워' IP를 활용한 MMORPG를 필두로 '프로젝트 S', '히어로즈워2' 및 북미 유명 콘솔 IP를 활용한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임빌 역시 대작 온라인 MMORPG '아키에이지'를 활용한 '아키에이지 비긴즈'를 최고 기대작으로 내세우고 있다.

▶양극화, 분발이 필요

실적을 발표한 상위 5개사의 좋은 '성적표'와는 달리 중견 게임사들의 상대적인 부진은 계속됐다. 이로써 상하위 회사들의 격차도 더욱 벌어졌다.

웹젠은 2200억원의 매출과 57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표면적으로는 순항했지만 전년 대비로는 각각 9%, 23% 감소했다. '뮤 오리진'과 같이 '뮤' IP로 국내와 중국에서 동시에 히트를 치며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지난해 히트 신작을 내지 못한 영향이 반영됐다.

네오위즈게임즈는 매출 1910억, 영업이익 235억원으로 흑자를 유지했지만, 2016년 4분기 매출에 쏠쏠한 기여를 했던 '크로스파이어'의 로열티 수익이 완전히 제외되면서 적자전환을 한 것은 향후 행보를 불안케 하는 요소다.

와이디온라인은 매출 369억원을 올렸지만, '갓오브하이스쿨'을 잇는 히트작 부재로 19억5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을 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위메이드는 1080억원의 매출과 41억원의 영업이익으로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아직 연간 실적 발표를 하지 않는 엠게임도 2016년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36억3000만원에 불과, 좋은 실적을 기대하기는 힘들어졌다.

어쨌든 중견 개발사들은 각자의 장점을 앞세워 올해 힘겨운 파고를 넘겠다는 계획이다. 웹젠은 '뮤' IP 사업 확대를 내세우고 있으며 엠게임은 AR게임을 다수 출시, 새로운 플랫폼 시대를 먼저 열겠다고 밝혔다. 네오위즈게임즈는 '블레스'와 '슬러거' IP를 활용한 신작을 출시하고, 위메이드는 9월 중국 계약이 종료되는 '미르의전설2' IP 비즈니스 확대가 올해 주요 수익원이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