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구단들은 언제쯤 홈구장 운영권을 확보, 네이밍 라이트(naming rights·구장명 사용권)를 판매할 수 있을까.
구단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분야로 네이밍 마케팅이 꼽힌다. 일반 기업에 구장 명칭 사용권을 주고 돈을 받는 것이다. KBO리그는 이 분야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 10개 구단 가운데 구단이 외부 기업에 구장 명칭 사용권을 주고 수익을 내는 팀은 하나도 없다.
한화 이글스(한화생명 이글스 파크), 삼성 라이온즈(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KIA 타이거즈(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SK 와이번스(인천SK행복드림구장), kt 위즈(수원kt위즈파크) 등 5개 구단이 지방자치단체와 계약을 맺고 구장명 사용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엄격히 말하면 외부 판매의 개념은 아니다. 지자체와 구단 간 협약을 통해 홈구장 명칭을 만들어낸 것 뿐이다. 실질적인 네이밍 마케팅은 전무하다고 봐야 한다. 지자체들이 구장을 소유하고 있는데다 그나마 나머지 5개 구단은 운영권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는 KIA 타이거즈, 즉 기아자동차에서 300억원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구장명에 '기아'를 포함시켰다. KIA는 25년간 구장 운영권을 행사하기로 돼 있다. KIA 구단이 구장 운영권과 관련해 모기업인 기아자동차에서 300억원을 지원받는 형태이기 때문에 외부 기업이 행하는 구장명 사용권과는 거리가 있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도 총 공사비 1666억원중 삼성 구단이 500억원을 임대료 형식으로 선납하는 형태로 25년간 운영권을 행사한다. '삼성 라이온즈'라는 명칭이 들어가는 것으로 이 역시 모기업 지원 형태다.
메이저리그에서 구장명 사용권을 팔아 수익을 보장받고 있는 구단은 전체 30개 가운데 18개팀에 이른다. 구장명 사용권을 판매해 어마어마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곳이 메이저리그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홈구장 미닛메이드파크도 이같은 네이밍 마케팅의 결과다. 휴스턴은 2002년 코카콜라 계열사인 미닛메이드에 28년간 구장명 사용권을 부여하는 대가로 1억7000만달러를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2001년 개장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홈인 PNC파크는 PNC은행이 매년 200만달러를 지불하고 2020년까지 구장명을 쓰기로 했다. PNC파크의 경우 소유는 피츠버그시지만, 피츠버그 구단이 25년간 운영권을 행사하도록 돼있다. PNC파크 건설 당시 피츠버그 구단은 전체 공사비 2억2800만달러 가운데 4000만달러를 부담했다. PNC은행과의 구장명 사용권 계약을 통해 이를 모두 충당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처럼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구장 소유권을 가진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수익성 높은 네이밍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자자체 입장에서는 구단이 네이밍 마케팅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해야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물론 메이저리그는 그 자체로 높은 인기가 바탕에 깔려있다.
일본 프로야구도 최근 들어 홈구장 네이밍 마케팅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12개 구단 가운데 히로시마 카프, 소프트뱅크 호크스, 지바 롯데 마린스, 세이부 라이온스, 라쿠텐 이글스, 오릭스 버팔로스 등 6개팀이 구장명 사용권을 판매에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바 롯데의 홈구장 마린스타디움은 2011년 미국의 홈쇼핑 채널 QVC가 네이밍 스폰서로 나서 2016년까지 QVC 마린필드로 불리다가 지난해 11월 인터넷 쇼핑몰업체 ZOZO TOWN과 10년-31억엔에 계약해 ZOZO 마린스타디움으로 개칭했다. 매년 구단과 지바시가 1억5500만엔씩 받는 조건이다.
KBO리그가 메이저리그나 일본처럼 외부 기업을 끌어들여 구장명 사용권을 판매하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우선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자자체의 '페쇄적인' 마인드가 가장 큰 원인이다.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매년 일정액의 사용료를 받으면 그 뿐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구단에게 운영권을 주고 수익을 창출하도록 자치단체 조례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스포츠산업 규제 완화와 관련, 법령을 개정해 각 구단이 구장명 사용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하지만 KBO에 따르면 관련 법령에 따라 제도가 올해 정비된다 하더라도 내년부터 실행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각 지자체가 관련 조례를 만들어야 하고 실제 구단들과 적극적인 협의에 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9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NC 다이노스 새 구장 명칭도 삼성이나 KIA 구단처럼 자자체와 구단 이름이 동시에 들어가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이는데, 구장명 사용권에 관해 NC가 정부가 유도하는대로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지는 두고봐야 한다.
실제 지자체 조례가 확정된다 해도 넘어야 할 관문은 또 있다. 구장명 사용권 감정평가를 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지자체와 구단의 수익 분배안, 광고권으로 볼 것인지의 여부도 논의해야 한다. 관리위탁 또는 사용수익허가, 둘 중 어느 부분이라도 이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 또한 각 구단이 모기업을 배제하고 구단 자체로 사용권을 판매할 수 있느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지자체가 구장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운영권에 관해서는 구단에 일임해 수익을 늘리는 정책으로 가야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게 해야 구단이 네이밍 스폰서를 끌어들여 수익 창출 폭을 넓힐 수 있고 지자체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임대료 확보를 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KBO 관계자는 "구장명 사용권에 대해 지자체와 구단 모두 관련 법을 충실히 파악하고 당위성에 공감해야 한다. 조례가 개정된다면 일단 한 단계 올라선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