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도 어떻게 될 지 모르는데 켈리를 그렇게 걱정하더라고요."
최근 키퍼 사익스(안양 KGC) 때문에 프로농구가 뜨겁다. 선수들의 좋은 경기력 등으로 이슈가 돼야하는데, 외국인 선수의 퇴출 논란으로 뜨거워진 것이 씁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인기가 떨어진 농구가 한 선수로 인해 화제가 되는 것 자체로 위안을 삼을 수 있겠다. 사익스는 잔류가 확정된 후 "과정이 어떻게 됐든, 나를 믿어주신 구단, 감독님께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했다.
사실, 사익스는 한국에 오기 전부터 논란이 있었다.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KGC 지명을 받고도 다른 리그 진출 의사를 나타내며 한국에 오지 않겠다고 했다. 사익스는 우여곡절 끝에 팀 합류 후 "나는 정말 몰랐다. 에이전트가 중간에서 일 처리를 매끄럽게 하지 못한 것 같다"며 억울해했는데, 최근 그의 행보를 보면 믿어도 될 듯 하다.
사익스는 1993년생, 한국 나이로 이제 25세다. 그린베이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돈을 벌기 위해 찾은 곳이 한국이다. 그만큼 어리고, 사회 경험도 없어 한국 생활 모든 게 낯설다. 사익스의 한국 에이전트는 "드래프트 현장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났는데, 통장 잔고가 아예 없더라. 세상 물정 모르는 청년이었다. 성공을 위해 먼 나라를 찾았는데, 시즌 도중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힘들어했다. 물론 프로답게 경기장에서는 이를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고 했다.
늘 퇴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도, 사익스는 다른 동료까지 챙겼다고 한다.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는 지난 20일 제임스 켈리를 아이반 아스카로 교체했다. 켈리 역시 사익스와 같은 1993년생으로 한국이 첫 프로무대였다. 한국에서 가까워진 켈리의 퇴출 소식을 들은 사익스가 매우 안타까워했다는 후문이다. 사익스는 자신의 잔류 확정에 기뻐하면서도 "켈리의 몫까지 더 열심히 뛰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빠르고 역동적인 자신과 켈리가 한 팀에서 뛴다면, 매우 공격적이고 화려한 농구를 하는 팀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한국에서 그 꿈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사익스는 한국 경험이 많은 고참 외국인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미국 대학시절 이름값만 놓고 보면 사익스를 능가하는 선수가 거의 없어 선배 선수들이 존중해준다고 한다. 팬들도 바지를 배까지 치켜 입는 등 어딘가 어설퍼 보이지만, 덩크할 때만큼은 그 누구보다 화려한 사익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외국인 선수로서 드물게 이슈의 중심에 섰던 사익스. 그의 한국 생활은 과연 어떻게 마무리 될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