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팬들 때문에 돌아왔다."
'빅보이' 이대호(35)가 롯데 자이언츠에 돌아왔다.
이대호는 30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에서 롯데 입단식을 갖고, 친정팀 복귀 소감을 밝혔다.
2001년 2차 1번 신인으로 롯데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대호는 2011시즌 종료 이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일본프로야구(NPB)에 진출했다. 오릭스 버팔로스와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거친 이대호는 2016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시애틀 매리너스와 1년 스플릿 계약을 맺은 이대호는 FA 신분이 됐고, 친정팀 롯데 복귀를 택했다. 6년만의 귀환이다. 이대호와 롯데는 4년 총액 15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4년 총액 100억원)를 뛰어넘는 KBO리그 역대 FA 최고 금액이다.
다음은 이대호의 입단식 일문일답.
-입단 소감은.
▶6년만에 한국에 돌아오게 돼서 기쁘다. 롯데팬들 만나는 것이 너무 설렌다. 몸을 잘 만들어서 롯데팬들이 야구장에 더 많이 올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
-미국과 한국, 일본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한국으로 오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인가.
▶결정하게 된 동기는 금액도 금액이지만, 올해 36살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돌아와야 될 팀이라고 생각했다. 팬들을 위해서 돌아온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이번 시기가 가장 좋았던 것 같고, 올해가 아니면 또 몇 년이 더 지나야 할 것 같았다. 그때 돌아오면 저를 좋아해주시는 팬들도 많이 지쳐있을거라 생각했다. 팬들 때문에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이대호 복귀 이후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 생각하는데, 어떤 선수들이 도와주길 바라나.
▶기대되는 후배들이 있다. 작년에 제대한 전준우 선수와 손아섭 선수가 제 앞에 있을 것 같은데 잘해줬으면 좋겠다. 내 뒤에는 강민호 선수, 최준석 선수가 받치고 있으니 도움을 많이 받을 것 같다. 돕다 보면 개인 성적이 올라가고, 팀 성적도 올라갈 것이라 생각한다. 더 노력해서 선수들과 '윈-윈' 할 수 있게 하겠다.
-KBO리그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어떻게 준비하는지.
▶외국에 있는 동안 계속 지켜봤다. 특히 롯데 경기를 많이 봤다. 후배들이 야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몸은 떠나있었지만 KBO리그 기록도 챙겨봤다. 특히 롯데가 아쉽게 지는 경기도 많이 봤다.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5년 동안 자리를 비운 것은 별 의미가 없을거라 생각한다. 새로운 투수들을 만나야하는데 준비 많이 하겠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아쉬움이나 미련은 있나.
▶아쉬움은 분명히 있다. 처음 갔을때 보장된 것이 없었기 때문에 몸을 빨리 만들어서 후반기에 안좋았던 것 같다. 보통 2월초에 몸을 만들어서 개막전에 맞춰왔었는데 작년에는 1월부터 몸을 만들어서 시범경기때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안좋았다. 시즌 개막(4월)에 맞추는 것이 야구선수기 때문에 그런 실패는 다시 안하도록 하겠다.
-롯데 복귀를 확정하고 아내와 통화를 하면서 눈물을 보였다던데.
▶결정을 하고 아내와 통화를 했는데 울더라. 그래서 나도 울컥했다. 힘들었던 것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 5년 동안 해외 생활을 하면서 운동도 힘들었지만 집 떠나면 고생 아닌가. 언어나 생활을 맞추는게 힘들었다. 힘들면서도 적응하는 게 재미도 있었고 보람도 있었다. 아내는 막상 돌아오는 것에 대해 좋은 의미도 있고, 힘들었던 생각도 나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 돌아와서 안좋은 게 아니라 아쉬움이 남았다. 아내가 눈물을 보인 것이 남편으로서 미안하다.
-NC 다이노스가 창단 후 선전했다. 어떤 구도가 될 것 같나.
▶작년에 롯데가 NC 상대로 안좋았던 것을 안좋았다. 이제는 그렇게 지지 않을 것이다. 만만하게 볼 팀은 아니라 생각한다. 저희 선수들도 준비를 잘하겠다. 지역 라이벌 아닌가. 어떻게든 이길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 창원에 롯데팬들이 많이 있었다. NC도 잘하는 팀이지만 롯데팬들이 여전히 있다. 창원구장이 아닌 사직구장으로 팬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올 시즌 구체적인 목표가 있나.
▶개인 성적은 항상 생각하지 않는다. 팀이 5강보다 더 위에 있어야 한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면 승이 쌓이고 개인 성적도 쌓인다. 일단 이기는 경기를 하도록 하겠다. 어떻게든 살아나가서 점수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달라진 롯데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나 하나로 확 바뀌지 않겠지만, 강팀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
-신인으로 입단했을 당시와 지금의 느낌을 비교하면.
▶2001년도에는 고교 졸업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지금은 야구 뿐만 아니라 팬들도 신경써야 하고, 구단, 후배들도 신경써야 한다. 그래서 머리가 많이 아프다.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팀에 합류해서 후배들과 어떻게 더 좋은 팀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된다. 즐겁게 야구하고 싶다. 5년 동안 외국에 있으면서 배운 것이, 열심히는 당연하고 웃으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늘 팀 분위기를 좋게 유지하고 싶다.
-조원우 감독이 주장으로 낙점했다고 한다.
▶원래 롯데에 있을 때 무서운 선배였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기 때문에 부드러움으로 다가갈 생각이다. 칭찬을 많이 해주는 선배가 되고싶다. 선수들이 조금 잘하더라도 많이 잘한다고 띄워주겠다.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어서 잘할 수 있도록 칭찬할 생각이다. 강민호, 손아섭 선수가 아직도 나를 무서워하는데 이제는 나보다 더 스타가 된 선수들이다. 조금 더 부드럽게 다가가면 나를 더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한·미·일에서 체득한 야구를 비교한다면.
▶미국은 워낙 구속이 빠른 투수들이 많다. 2스트라이크 이후 변화구 승부가 없었다. 기본이 150km라서 힘으로 붙는다. 일본은 빠르고 변화구를 잘 던지는 선수들이 많았다. 그래서 일본이 더 어려웠던 것 같다. 한국 투수들도 제구력이 좋아지고 변화구를 많이 던지지만, 스피드는 미국과 일본에 비교해 떨어진다. 변화구를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성적이 날 것 같다. 내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외국에 있었다고 돌아와서 당장 잘한다기 보다는 연구를 많이 하고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골든글러브 1루수 부문에서 이승엽과 붙는다면.
▶은퇴 소식을 들어 아쉽다. 존경하는 선배님이다. 그래도 경쟁은 경쟁이다. 제가 잘해서 후배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거라 생각한다. 늘 만나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올림픽때 같은 방을 쓰면서 빨래도 하고 많은 점을 배웠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좋은 선배님이 은퇴를 하시는 게 아쉽다. 저도 조금 있으면 은퇴를 할 때가 올텐데, 선배의 은퇴가 여러모로 아쉽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데 롯데 캠프에 먼저 합류하기로 한 이유는.
▶6년만에 돌아왔기 때문에 팀 적응이 우선이다. 또 주장을 맡게 됐기 때문에 팀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서 김인식 감독님께 전화를 드려서 말씀드렸는데 흔쾌히 알겠다고 하셨다. 감독님이 배려해주신 만큼 몸을 잘 만들어서 가겠다.
-올해 롯데에서 어떤 선수가 '키 플레이어'일까.
▶내가 가장 잘해야 한다. 내가 중심을 잡아야 후배들도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남들보다 2배로 더 노력해서 중심을 잘 잡겠다.
-2010년 연봉 조정 과정에서 구단과 안좋은 감정도 있었는데, 돌아왔을 때는 대형 계약을 맺었다. 그때 생각과 지금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연봉 조정은 구단과 마찰을 빚기 싫어서 한 것이다. 신청을 안하면 더 싸워야 하는 분위기였다. 제가 졌기 때문에 깨끗이 승복하고 구단에 안 좋은 감정은 없다. 지금 생각해도 연봉 조정 신청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져서 아쉬울 뿐이지 그것 자체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2013년 WBC는 예선 탈락 아픔이 있었다. 올해 각오와 전망은.
▶대표팀은 성적이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우리 대표팀의 힘든 점은 늘 성적이 나야한다고 기대하신다. 다른 나라도 열심히 한다. 대표팀에 뽑히는 선수들은 나라를 위해서 정말 열심히 한다. 그래도 성적이 안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대표팀이 열심히 해서 성적이 나려면 운도 좋고, 모든 것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물론 그동안 올림픽,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야구팬들은 늘 이겨야한다고 생각하신다. 그래서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솔직히 대표팀에 가면 일본, 미국 선수들은 즐기러 온다. 우리 선수들은 가면 성적 스트레스가 심해서 힘들다. 대표팀에 가면 후배들에게 "열심히 하고 있으니 성적에 연연하지 말자"고 이야기 하겠다. 대표팀에서 열심히 안하는 선수는 없다. 성적 보다는 준비를 잘해서 경기에 출전했다는 자체에 칭찬해주시고, 박수쳐주셨으면 좋겠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