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망연자실한 전북, 황망한 제주-울산

by

충격적인 결말이다.

'아시아 챔피언' 전북 현대가 2017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박탈당했다.

전북은 지난해 10년 만의 ACL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환희의 여운은 여전하다. 하지만 그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북의 발목을 잡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18일(한국시각) 출전관리기구(Entry Control Body·ECB) 심사 결과, AFC클럽대회 메뉴얼 제11조 8항에 따라 전북의 2017 ACL 출전자격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북을 대신해 제주 유나이티드가 3번 시드에, 지난해 K리그 클래식 4위 울산 현대가 4번 시드에 배정된다고 덧붙였다. 'ACL 2연패'를 노리던 전북의 꿈이 무너졌다. 예선 플레이오프(이하 PO)에 맞춰 시즌을 준비하던 제주나, '형제의 눈물' 속에 출전권을 손에 쥔 울산은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망연자실 전북, CAS 제소도 난망

'절대 1강'을 향한 시샘의 화살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전북과 함께 H조에 속한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호주)가 AFC에 전북의 출전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AFC는 최근 공문을 보내 지난해 전북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징계를 재심사 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전북은 ECB 측에 소명자료를 제출했지만, 대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북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소식이 전해지자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전북은 법률사무소와 함께 자료를 만든 뒤 현대자동차 법무팀의 자문을 받아 ECB에 소명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AFC의 꼼수로 여겨졌다. AFC 징계위원회에서 심의해야 할 사안을 ECB에 넘겨준 모습은 단지 명분을 쌓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로 보여진다는 것이 법률사무소 측의 시각이었다. ECB가 최근 설립됐고 기구 유지 명분을 위한 첫 번째 케이스가 필요했다. 특히 ECB에는 호주 출신 위원도 포함돼 있다. 전북과 올 시즌 ACL 한 조에 편성돼 부담을 느낀 애들레이드 측의 불만이 바람을 타고 AFC 징계위원회와 ECB까지 번졌다라고 분석할 수 있다.

ECB 결정은 곧바로 효력이 발효된다. 결정일로부터 10일 이내에 결정에 대한 근거를 ECB에 요청할 수 있고, 근거를 수신한 일자로부터 10일 이내에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할 수 있다. 하지만 CAS에 이중징계 등으로 제소하더라도 장기전으로 흐를 수 있어 결국 ACL 출전은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제주-울산, 누구도 웃지 못한다

전북이 가진 본선 출전권은 지난해 K리그 클래식 3위를 기록해 예선 플레이오프에 출전하는 제주에게 양도된다. 제주가 가지고 있던 예선 플레이오프 출전권은 클래식 4위 울산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에 따라 울산은 2월 7일 키치(홍콩)-하노이(베트남) 간의 2차 플레이오프 승자와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단판 승부를 펼치게 된다.

누구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갑자기 출전권이 주어진 울산엔 비상이 걸렸다. 시즌 준비 일정 자체가 틀어졌다. 지난 14일 스페인 무르시아로 건너간 울산은 당초 내달 10일까지 겨울을 보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ACL에 출전하게 되면서 이달 말 귀국으로 일정을 대폭 축소하게 됐다. 경기력이 제대로 완성되지 못한 채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예선 플레이오프을 넘어 본선에 오른다고 해도 성적을 장담할 수 없다. 자칫 리그 일정까지 어지러워질 수도 있다. 홈구장인 울산월드컵경기장은 1층 좌석은 새단장을 했으나 그라운드 개보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다.

제주는 전북이 배정됐던 H조로 자리했다. 애들레이드, 장쑤(중국)가 먼저 자리를 잡아 놓은 상태다. 그동안 제주의 시계는 2월 7일 열리는 ACL PO에 맞춰져 있었다. 조성환 감독은 25일 예정된 키치-하노이전을 관전하기 위해 이미 항공편을 예매해 둔 상태였다. 제주는 태국 훈련을 마친 뒤 설 연휴도 반납하고 ACL PO에 집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H조로 변경되면서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ACL PO에 맞춰 예년보다 빠르게 시즌 일정을 소화했던 게 수포로 돌아갔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