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 목표의 마지막은 정신이다."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강한 정신력을 발휘하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 감독은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구단 신년 하례식에 참석해 신년사를 했다. 단상에 선 양 감독은 "지난해 이 자리에서 한 시즌 동안 야구만 잘하자, 본인이 부족한 걸 스스로 찾아 훈련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부탁했었다. 선수들이 그 이야기들을 잘 따라준 덕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지난해 LG는 젊은 선수 위주의 팀 개편 작업을 진행하면서, 정규시즌 4위에 올라 가을야구까지 했다.
여기까지는 여느 신년사와 다를 게 없다. 잠시 뜸을 들인 후 이어진 얘기가 진짜였다. 선수들이 긴장하고 들어야 할 내용이었다.
양 감독은 작심한 듯 "여러분이 조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 말씀을 드린다. 지난해 시작된 우리팀 리빌딩 작업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그런데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구성하는 게 리빌딩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나이에 상관 없이 선수들의 정신이 어떻게 돼 있느냐를 보겠다. 팀을 위해 어떤 야구를 할 것인지, 야구장에서 동료들을 위해 내 자신을 어떻게 헌실할 것인지 등 기본적 스포츠맨십이 중요하다. 이런 마음이 선수단 전체에 완전하게 물들 때 비로소 우리팀 리빌딩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게 내 리빌딩의 마지막 목표"라고 밝혔다.
지난해 채은성, 유강남, 양석환, 임정우, 김지용 등 젊은 선수들이 팀 주축 선수로 우뚝 섰다. 리빌딩 과정에서 베테랑 선수들은 차가운 길을 걸었다. 이병규(9번) 김광삼은 시즌 후 은퇴를 해야했고, 이진영은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kt 위즈로 이적했다.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정성훈은 계약기간에 이견을 보여 도장을 찍지 못하고 있다. 베테랑 선수들이 '리빌딩을 하면 결국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갈텐데, 우리가 열심히 해봤자 뭐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는 팀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일이다. 리빌딩도 베테랑이라는 토대가 잘 만들어져 있어야 그 위에서 젊은 선수들이 기량을 쌓을 수 있는 것이다.
양 감독은 "나이가 젊다고 정신이 젊은 게 아니다. 여러분이 야구를 잘 할 수 있는 바탕은 정신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야구장에서 공 하나, 타석 하나 모두 소중히 생각하고 열심히 하는 마음을 선수 생활을 마칠 때까지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LG는 빛이 하나도 없는 터널, 암흑기를 지나고 있었다. 지금은 터널 끝에 들어오는 빛을 보는 시기다. 이제 터널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팀이 한 번 미끄러지면 침체기가 오래 간다. 그래서 올시즌이 LG 미래에 있어 정말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책임감이 느껴지는 새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양 감독은 또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기 야구를 하게 하겠다. 그러려면 내가 많이 참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에게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올해는 남 신경 쓰지 말고 자기 할 것만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단 하루라도 깨끗한 흰 유니폼으로 덕아웃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신력을 바탕으로 한 허슬 플레이를 강조한 것이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