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는 누구일까.
스포츠조선은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야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KBO리그 10개 구단의 사장, 단장, 감독, 운영팀장, 선수 등 총 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KBO리그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는 누구일까요'라는 질문에 6명의 레전드급 선수가 거론됐다.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5)가 가장 많은 22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차이가 컸다. 총 40표 중 50%가 넘는 지지를 받았다. KBO리그 10개팀 관계자들로부터 고르게 득표했다.
NC 다이노스 출신 테임즈(8표)가 니퍼트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타이론 우즈(6표)와 다니엘 리오스(2표, 이상 전 두산), 펠릭스 호세(1표, 전 롯데), 제이 데이비스(1표, 전 한화)가 뒤를 이었다.
KBO리그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건 1998시즌부터다. 올해로 19년째다. 300명이 넘는 외국인 선수가 KBO리그를 거쳐 갔다. 2016시즌만 해도 30명 이상이었다. 야구 전문가들은 왜 니퍼트를 최고로 꼽았을까.
전문가들은 니퍼트의 ▶압도적인 구위 ▶지속성 ▶큰 경기에 강한 점 ▶인성에 주목했다. 설문에 참가한 다수의 전문가들이 니퍼트의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 경기력을 첫번째 이유로 꼽았다. 김경문 NC 감독은 "니퍼트는 타자들의 기량 발전에도 불구하고 매우 뛰어난 피칭을 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다수 KBO리그 타자들이 니퍼트의 시속 150㎞ 직구는 알고도 공략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타자들은 니퍼트가 뻔히 직구를 던진다는 걸 알면서도 좀처럼 정타를 치지 못한다. 이번 설문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NC 최고참 이호준은 "2m3 장신인 니퍼트의 직구는 마치 2층에서 던지는 것 처럼 각이 다른 투수들과 차이가 난다. 알면서도 정말 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니퍼트는 타자들이 직구에 타이밍을 잡으면 바로 변화구(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섞어 던져 혼란스럽게 만든다.
니퍼트의 또 다른 강점은 이런 빼어난 구위를 오랜 시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두산에 입단한 니퍼트는 올해까지 6년간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다. 부상(어깨 허리)으로 공백이 길었던 2015년(6승5패)을 제외하고, 5시즌 동안 10승 이상 거뒀다. 또 올해는 한 시즌 개인 최다이자 외국인 투수 최다 타이인 22승(3패)을 기록하고, 정규시즌 MVP가 됐다.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은 "니퍼트는 가장 오랜 시간 압도적인 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로 기억될 것이다"고 말했다.
니퍼트는 또 포스트시즌, 큰 경기에서 강했다. 올해까지 포스트시즌 14경기에 등판해 5승1패1세이브-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했다.
지난해 니퍼트는 두산의 기적같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정규시즌 부진을 말끔히 씻었다. 올해는 팀의 한국시리즈 2연패,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한 전문가는 "연륜과 경험이 쌓이면서 큰 경기에서 더 강한 집중력을 발휘하고, 강렬한 인상을 줬다"고 말했다.
니퍼트는 인성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포수 양의지를 비롯한 두산 선수 대다수가 니퍼트를 보통 외국인 선수 이상의 존재감을 인정하고 있다. 두산 선수단은 니퍼트의 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말과 행동에 감동받았다. 니퍼트는 수비를 마치고 공수 교대할 때 늘 수비를 함께 해준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시한다. 이런 니퍼트의 품성은 다른 구단 관계자들에게 전해졌다. 홍준학 삼성 단장은 "니퍼트는 현재 경기력은 물론이고 인성 등 KBO리그에 대한 예의도 단연 돋보이는 선수"라고 했다.
공수주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테임즈도 8표를 얻었지만, 니퍼트의 아성을 넘을 수 없었다. 테임즈는 올해까지 3년간 KBO리그에서 정점을 찍었고, 그 효과로 29일 밀워키 브루어스와 3+1년 계약을 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KBO리그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 설문 조사 결과
니퍼트=22표
테임즈=8표
우즈=6표
리오스=2표
호세=1표
데이비스=1표
※설문 참가=KBO리그 10개구단 단장(일부 사장) 감독(일부 코치) 운영팀장 선수 총 4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