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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임즈 메이저리그행, 높아진 KBO리그 덕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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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임즈의 선택은 일본 프로야구가 아닌 메이저리그였다.

지난 3년간 KBO리그 최고타자로 이름을 떨친 에릭 테임즈(30)가 메이저리그에 복귀한다. 밀워키 브루어스와 3+1년 계약을 했다. 보장된 평균연봉이 500만달러가 넘는 조건이다. 금액을 보면 NC 다이노스와 재계약이 불가능했다.

1998년 외국인 선수가 첫선을 보인 후 2016년까지 KBO리그를 경험한 선수는 총 336명. 이 가운데 테임즈처럼 KBO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 계약을 한 사례는 드물다. 대다수가 국내 재계약에 실패한 뒤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고, 간간이 메이저리그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는 정도였다. 그동안 리그 최고 수준의 활약을 보여준 외국인 선수들은 대부분 일본으로 건너갔다. 타이론 우즈, 세스 그레이싱어, 릭 반덴헐크가 그랬다. KBO리그보다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떠난 것이다.

테임즈가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겠지만, 높아진 KBO리그 수준 덕을 봤다고 해야할 것 같다. 아무리 그가 3년간 통산 타율 3할4푼9리-124홈런-382타점의 경이적인 성적을 내고, '40홈런-40도루'를 달성했다고 해도, 리그 수준이 떨어진다면 평가받기 어렵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계속해서 테임즈를 체크하고 있었다.

최근 외국인 선수 계약을 보면 높아진 KBO리그 수준,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치열한 영입 경쟁에 따라 몸값이 치솟기도 했지만, 웬만한 선수는 연봉 100만달러가 넘는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는 선수는 명함을 내밀기도 어렵다. KBO리그를 선택하기 직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뛴 선수가 많다. 이전에는 주로 마이너리그 트리플A 선수, 메이저리그를 잠시 경험했다고 해도 잠재력이 떨어지는 자원이 한국을 찾았다. 국내 구단, 일본팀간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몸값이 오르고, 선수 수준도 높아졌다. 빅리그 경력없이 한국 프로야구에 진출해 성공한 타이론 우즈 신화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조성환 KBS N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오랜 기간 테임즈를 지켜본 것으로 알고 있다. KBO리그 수준을 낮게 봤다면, 테임즈가 엄청난 활약을 했다고 해도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고 했다.

최근에는 젊은 유망주가 KBO리그를 찾고 있다. 지난 2011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한 테임즈는 시애틀 매리너스로 이적해 뛰었다. 두 시즌 동안 85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5푼(633타수 158안타), 21홈런, 62타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빛을 보지 못한 유망주 테임즈는 28세 젊은 나이에 KBO리그를 선택해 잠재력을 확인했다. KBO리그가 마지막이 아닌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된 셈이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KBO리그 출신 한국인 선수들이 빅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걸 눈여겨봤을 것이다. 테임즈는 이들보다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줬으니,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을 것이다"고 했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을 지는 단판하기 어렵다. 조성환 위원은 "분명히 단점이 있는 타자이지만, 장점으로 커버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순철 위원은 "KBO리그에서 볼카운트별 대처 요령, 유인구에 속지 않는 세밀한 야구를 배웠을 것이다. 떨어지는 공에 약점을 보였는데, 메이저리그에는 이런 공을 던지는 투수가 많지 않다"고 긍정적인 면을 봤다. 하지만 이 위원은 "레벨 스윙이 아니라 어퍼 스윙을 해 떠오르는 빠른공에 약하다. 박병호처럼 고전할 수도 있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