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한 건 반드시 실천에 옮기겠다. 사실 출마를 철회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김응용 후보(75·야구학교 총감독)가 30일 첫 통합 야구소프트볼협회장에 당선됐다.
당선자인 김응용 후보는 "당선되고 보니 책임감이 너무 무겁다.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 이계안 후보님이 너무 훌륭한 공약을 들고 나와서 이 후보님이 당선되면 열심히 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가 2020년 도쿄올림픽 야구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KBO와 협조해서 준비를 잘 하겠다. 앞으로 우리 조직에서 파벌 싸움은 안 된다. 아주 나쁜 습관이다. 당장 개혁하겠다고 결심했다. 난 현역 시절부터 한다면 하는 사람이다. 협회를 완전히 뜯어고치겠다. 협회 재정 부문은 KBO와 잘 협조해서 공생하도록 하겠다. 공약한 20억원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고교 100개팀도 KBO와 잘 보조를 맞춰서 신생팀 창단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응용 후보는 30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초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선거에서 선거인단(144명) 중 127명이 투표했고 유효 투표수 126표 중 85표(67%)를 획득, 41표를 얻은 이계안 후보(64·2.1연구소 이사장)를 제치고 회장에 뽑혔다. 관련 선거법상 최다 득표자가 회장이 된다. 회장 임기는 4년이다. 이번 통합 회장은 기존 대한야구협회와 전국야구연합회(생활체육) 그리고 대한소프트볼협회 3개 단체를 아우르는 단체장이다.
김응용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뒤늦게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야구인들의 뜻을 결집해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김 후보는 야구 선수 출신으로 감독에 이어 야구단 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야구인(엘리트+생활체육)와 소프트볼인들의 대화합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기업 전문 경영인(현대자동차 사장 등)으로 17대 국회의원까지 지낸 이 후보를 따돌렸다.
전문가들은 "야구인들이 위기에 빠진 아마추어 야구를 살릴 적임자로 뼈속까지 야구인인 김 후보를 선택한 것 같다. 김 후보의 공약이 이 후보의 공약 보다 좀더 현실적이라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였던 통합 협회 예산 문제에 있어 연간 운영비 15억원과 시도 협회 연맹체 등 지원 기금 5억원을 책임지고 만들겠다고 공략을 내걸었다. 그는 "사재를 낼 생각이다. 또 필요하면 정부지원을 유도하고, 기업 협찬 및 야구계, 한국야구위원회 후원 등을 책임지고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자금 확보 방안으로 ▶사재 출연 ▶목동전용구장 광고 판매 및 마케팅 수익사업 ▶프로 지원 ▶프로 입장료에 아마추어 발전 기금 조성 추진 등을 꼽았다.
반면 이 후보는 재단법인 '109로 행복한 대한민국' 설립과 '109 후원 클럽' 결성을 아이디어로 던졌다. 건전한 재정 기반을 만들기 위해 재단을 만들고 또 야구를 사랑하는 분야별 명망가 109명을 모아 후원클럽을 결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투표전 정견발표에서 "재단의 기본 재산 10억원을 출연하고, 또 운영 재산 99억원은 후원 클럽을 통해 조성하겠다. 전문 경영인과 국회의원을 지낸 나는 돈을 모을 줄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선거인단의 다수가 김 후보의 예산 마련 공약이 이 후보 공약 보다 더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김응용 후보는 이번 통합 회장 당선으로 선수→감독→프로야구단 사장에 이어 행정가로 인생의 마지막까지 아마추어야구와 소프트볼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마추어 야구가 처한 열악한 현실을 감안할 때 통합회장의 역할은 막중하다.
김 후보는 ▶야구계의 대화합 ▶고교팀 100개, 대학팀 40개 확대 ▶주말리그제 등 야구 정책 개선 ▶일자리 창출 등의 공약도 밝혔고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