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명연장을 위해 온갖 실험의 대상이 돼야 하는 연구소 쥐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재미있게 쓴 장편동화가 출간됐다.
재미동포 시인 겸 동화작가인 한혜영(여·62) 씨는 28일 '뿔 난 쥐'를 국내에서 출간했다. 이 동화는 샛별과학연구소에 온 실험용 쥐 가운데 머리에 뿔이 난 '쥐뿔'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전개한다.
종양이 뭔지도 모르는 쥐뿔은 연구소 밖의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지만 죽어서야 바깥에 나갈 수 있는 운명. 그러나 머리에 돋은 뿔이 가지를 뻗고, 연구원들이 실험이 성공했다며 해부할 위기 상황에서도 쥐뿔은 탈출은 꿈꾼다.
이 동화는 연구용으로 태어나 괴롭힘만 당하는 실험용 쥐들과 사람들에게 쫓겨 어둡고 습한 지하 세계에서 숨어 살아야 하는 연구소 밖의 쥐들이 꿈꾸는 혁명 이야기를 그렸다. 귀중하고 가치 있는 이 세상 모든 생명을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한다.
한혜영은 작가의 말에서 "실험용 쥐들은 죽을 때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눈물을 흘릴까? 억울하다는 생각이 제일 클 것 같다"며 "쥐들은 인간에게 복수하고 싶을 것이고, 몸을 키우고 숫자를 불려서 인간들과 맞서 싸우고 싶을 것이라는 생각이 이 동화를 쓰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연구소에서는 실험용 쥐를 위한 위령제를 지낸다고 하는데 우리도 그들을 위해 잠깐 묵념하자"고 제안하면서 "저는 특별히 동화에 나오는 쥐들에게 천국에 가기를 기도하면서 '따뜻한 눈물 한 병'을 바치겠다"고 고백했다.
동화작가 홍종의 씨는 "옛말에 '쥐뿔도 없다'라는 말이 있지만 '뿔 난 쥐'를 읽으면 '쥐뿔이 있다'라고 느낄 정도"라면서 "이 동화는 우리가 우리에게 쓰는 반성문이면서 이 시대에 주는 교훈이기도 하다"고 추천했다.
최영란 작가는 익살스럽게 그림을 그려 넣어 이 동화를 더 빛나게 해준다.
한 작가는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1990년 미국 플로리다주에 이민했다.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돼 문단에 데뷔했다.
동시집 '닭장 옆 탱자나무', '큰소리 뻥뻥', 장편동화 '팽이꽃', '뉴욕으로 가는 기차', '비밀의 계단', '날마다 택시 타는 아이', '이민 간 진돌이', 시집 '태평양을 다리는 세탁소', 뱀 잡는 여자', '올랜도 간다' 등이 있다. 1997년 미주 '추강 해외문학상' 신인상과 계몽문학상 등을 받았다.
푸른사상, 140쪽, 1만3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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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