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게임 산업에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5월 출시된 블리자드의 '오버워치'에 이어 넥슨의 '서든어택2'가 지난 6일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덕이다. 모바일게임의 홍수 속에서 기존 게임을 즐기는데 만족해야 했던 온라인게임 유저들로선 간만에 연달아 등장한 대작 출시에 흥이 났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던 PC방 사용시간 점유율도 두 온라인게임의 등장에 상당히 요동치고 있다. 이로 인해 순위 바꿈도 상당하다. 물론 신작에 대해 호평일색은 아니다.
'오버워치'의 경우 4년에 가까운 204주간 PC방 점유율 1위를 달리던 '리그 오브 레전드'를 마침내 왕좌에서 끌어내릴 정도로 파괴력이 높은 반면, '서든어택'의 후속작인 '서든어택2'는 초반 반응이 기대만큼 뜨겁지는 않다. 오히려 여성 캐릭터의 선정성으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형보다 나은 아우', 역시 어렵나?
지난해 넥슨은 '메이플스토리'의 후속작인 '메이플스토리2'를 선보이면서 '색다름'을 강조했지만 처절한 실패를 맛봐야 했다. '메이플스토리2'의 메인 타깃은 역시 '메이플스토리'를 즐겼던 유저일 수 밖에 없는데, 익숙하지 않은 콘텐츠와 게임 전개에 이내 게임을 등졌다.
따라서 일단 '서든어택2'는 익숙함을 콘셉트로 내세웠다. '서든어택'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등장 이전 PC방 점유율에서 2년이 넘는 106주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국민 FPS게임'의 반열에 오른 대히트작이기 때문이다. 이 후광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것은 신작으로선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이다. 전작의 타격감과 게임성을 계승하면서도, 첫 출시 이후 11년이나 지났기에 그동안의 기술 발전을 반영해 향상된 그래픽과 연출, 풍부한 스토리를 더하며 '청출어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일단 유저들은 '서든어택2'의 뛰어난 그래픽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콘솔게임과는 달리 온라인게임은 유저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와 패치를 하며 진화하는 일종의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게다가 '서든어택'은 11년이 넘게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으며 게임트릭스 기준으로도 '오버워치'와 '리그 오브 레전드'에 이어 3위를 달릴 정도로 여전히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서든어택2'로선 전작이 후원군이면서도 좀처럼 넘어서기 힘든 경쟁자이기도 한 셈이다.
사실 국내에서 PC 온라인게임의 경우 뛰어난 전작의 후광에 힘입어 등장한 후속작이 성공을 거둔 사례는 거의 없다. '리니지2'가 '리니지'를 넘어서지 못했고, '스타크래프트2' 역시 인기면에서 전작에 미치지 못했다. '메이플스토리2'도 마찬가지. 새로운 게임이 나오면 전작 버전을 중단시킨 'FIFA 온라인'은 좀 다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일단 '서든어택2'는 6일 정식 출시 이후 PC방에서 첫날 2.56%(게임트릭스 기준)의 점유율로 7위부터 시작, 9일까지 2% 초반대를 유지하며 7~8위를 달리고 있다. 아쉬운 점은 그 사이 '서든어택'의 점유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전작 유저가 신작을 즐겨보는 '자기시장잠식'(cannibalization)이 일어난 셈이다.
그래도 벌써 희망을 접을 필요는 없다. FPS게임으로 분류할 수 있는 '오버워치'가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제치고 1위에 등극할만큼 총싸움게임은 국내 유저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 가운데 하나이다. '서든어택'이 업데이트나 이벤트를 열고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를 펼칠 경우 점유율이 15%에 다다를 정도로 인기는 여전하다. 게다가 10대 유저층이 대다수인 '메이플스토리' 시리즈에 비해 '서든어택'은 15세 이상의 청소년들을 비롯해 성인까지 유저층의 폭이 넓다.
게다가 FPS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히트 장르이다. '크로스파이어'와 '포인트 블랭크' 등 국산 FPS게임은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와 남미에서 여전히 최고의 게임으로 꼽히고 있다. '서든어택2'가 전작보다 더욱 활발하게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이유다.
게임 전문가들은 "'서든어택2'가 여성 캐릭터의 지나친 선정성으로 좋지 않은 의미에서 화제가 되고 있지만, 그만큼 시장에서 기대감이 크다는 얘기도 된다"며 "'서든어택'처럼 유저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이어간다면 초반 부진이 오히려 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새로운 수요층을 창출하는 한편 글로벌에서 경쟁작들과 얼만큼 잘 싸워나가는가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