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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 이준익 감독은 왜 '동주' 홍보비를 아끼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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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영화 '동주'는 근래 보기 드문 흑백 영화다.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안타까운 삶, 그리고 일제 강점기 '시대의 공기'를 담아내는 데 흑백 이미지가 더 진실에 가깝다는 판단에 흑백 영화로 제작됐다. 이는 또한 적은 예산 안에서 영화를 만들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이준익 감독은 윤동주의 이야기를 상업적으로 소비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쓴 신연식 감독과 저예산 영화 제작의 노하우를 총동원했다. '동주'의 순제작비는 5억 원. 배우들과 스태프는 거마비만 받고 영화에 참여했다. 사실상 노 개런티인 셈이다.

그러니 영화를 홍보하는 데도 돈을 많이 쓸 수가 없었다. 이준익 감독은 처음부터 "홍보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 해달라"고 주문했다. 지나친 마케팅이 도리어 윤동주와 송몽규의 고결한 삶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하나의 이유였다. 배급사 설명에 따르면, '동주'의 마케팅 비용은 일반 상업영화의 5분의 1 수준이다.

대신 '동주' 팀은 발로 뛰고 있다. 이준익 감독을 비롯해 강하늘, 박정민, 김인우, 민진웅, 최희서, 신윤주 등 출연 배우들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쏟았다. 특히 영화를 본 관객과 교감할 수 있는 GV(관객과의 대화) 행사를 많이 가졌다.

1월 28일 언론시사회 직후부터 릴레이 GV가 시작됐다. 2월 1일 서울 신촌 메가박스에서 '시인 윤동주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관객과의 대화를 가졌고, 12일엔 윤동주와 송몽규의 모교인 연세대학교(옛 연희전문학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800명의 관객과 함께하는 '시(詩)네마 쇼케이스'를 열었다. 이 자리엔 윤동주의 친구인 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이자 영화에 정지용 시인으로 특별 출연한 배우 문성근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그 다음날인 13일에도 CGV아트하우스 주최로 '동주, 별 헤는 밤' 행사를 열었다. 영화를 본 뒤 이준익 감독, 모그 음악감독, 박정민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관객들과 윤동주의 시를 함께 낭송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

16일 윤동주 서거 71주기를 기념해 열린 특별 GV에는 윤동주의 육촌 동생인 가수 윤형주와 송몽규의 조카 등이 참석했다. 박정민은 "윤동주 시인님과 3주 차이로 송몽규 선생님도 서거하셨다. 송몽규 선생님의 서거일에도 GV를 할 수 있게 책임감을 갖겠다"고 다짐했다.

23일에는 메가박스의 영화 큐레이션 프로그램인 필름소사이어티 기획전의 일환으로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이준익 감독 특별전이 열린다. '소원',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 '사도'와 함께 '동주'가 상영되고, 이준익 감독과 박정민이 관객을 만난다. 26일 서울극장에서 이준익 감독과 김태형 시인이 함께하는 GV도 예정돼 있다.

'동주'가 개봉 전후로 GV 행사를 많이 가진 건 이준익 감독의 의지였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두 인물의 삶을 깊이 이해해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동주'는 보고 난 뒤에 할 얘기가 더 많아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준익 감독의 제안에 배우들이 호응했고, 관객들은 GV 전석 매진으로 응답했다.

'동주' 홍보 관계자는 "일반적인 GV가 아니라, 연세대처럼 의미 있는 장소나 윤동주 서거일 같은 의미 있는 날짜에, 의미 있는 분들을 모시고 GV를 갖는 방식으로 영화의 진정성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주' 팀은 GV가 없는 날에도 불시에 극장가를 찾아가곤 한다. 보통 관객이 몰리는 주말에 무대인사가 진행되지만, '동주' 팀은 개봉일부터 서울 시내 곳곳의 영화관을 누볐다. 예정에 없던 깜짝 방문도 많았다. 밤 12시를 훌쩍 넘긴 심야 시간에 '동주'를 관람하는 몇 안 되는 관객들을 찾아가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동주'의 진정성에 관객들은 기꺼이 상영관을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21일 '동주'는 일일관객수 5위였지만, 좌석점유율은 43.6%로 1위였다. 관객들은 뜨거운 호평과 함께 상영관을 더 늘려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