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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10승 이태양 한현희 KBO리그 자존심을 지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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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에 투수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외국인 투수들이 에이스로서 활약하고 있는게 이젠 전혀 낯설지 않다.

젊은 선수들 중에서 리그를 이끌어갈 좋은 투수가 나오지 않고 있는 점이 타고투저의 바람이 계속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그래도 2015시즌엔 조금은 웃을 수 있었다. 지난해 끊겼던 데뷔 첫 두자릿수 승리 투수가 2명이나 배출됐다. 넥센 히어로즈의 한현희와 NC 다이노스의 이태양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KBO리그에서 두자릿수 승리를 거둔 선수는 총 26명이었다. 이 중 다승 1위인 해커를 비롯한 외국인 투수가 13명으로 정확히 절반을 차지했다. 유희관(두산·18승)과 윤성환(삼성·17승) 등 국내 선수도 13명이 10승을 넘겼다. 이들 중 한현희와 이태양이 데뷔 처음으로 10승에 올랐다.

한현희는 11승4패, 10홀드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리그 최고의 중간계투 요원으로 활약했던 한현희는 올시즌 선발로 전환해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전반기엔 18경기에 등판했는데 이중 17번이 선발이었고, 8승을 모두 선발승으로 챙겼다. 후반기엔 팀 사정상 다시 중간계투로 들어가 3구원승, 9홀드를 기록하며 11승을 거뒀다. 선발로서 가능성을 보인 시즌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이태양은 NC가 바라던 토종 선발로서 큰 역할을 했다. 이재학 이후 믿을 수 있는 토종 선발이 부족했던 NC는 이태양이 잠재력을 폭발시킨 덕분에 정규리그 2위에 오를 수 있었다. 2011년 프로에 온 이태양은 지난 2013년에 거둔 4승(8패)이 자신의 최다승이었다. 지난해에는 9경기에서 1패 1홀드에 그치면서 한화 이태양에게 인지도에서 밀리기도 했다. 그러나 올시즌 손민한과 이재학이 기복을 보일 때도 이태양은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29경기(선발 25경기)에 등판해 10승5패, 평균자책점 3.67을 기록했다. 137⅓이닝을 던져 자신의 최다 이닝 기록을 세웠고, 평균자책점도 토종 선발 중 가장 좋았다.

선발 투수가 두자릿수 승리를 기록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을 찾는다는 점이다. 10승을 하려면 풀시즌을 치러야 하는데 항상 좋은 컨디션에서 나올 수는 없다. 자신이 원하는 공을 던지지 못할 때도 견뎌낼 수 있어야 10승 고지를 밟을 수 있다. 힘들게 10승을 올라선 경험이 자신감을 만들고 다음시즌의 자양분이 된다.

KIA의 임준혁은 9승(1구원승)을 거두며 10승에 1승이 모자라 아쉬움을 남겼다. 자신의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10월 6일 광주 LG전서 임준혁은 5이닝 7안타 무실점으로 나쁘지 않은 피칭을 했지만 0-0이던 6회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KIA 타선은 당시 상대 선발인 LG 소사에게 막혔다.

지난해 한명도 나오지 못했던 첫 두자릿수 승리 투수를 2명 배출한 것은 극심한 인물난을 겪고 있는 KBO리그엔 분명 단비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점차 해외로 진출하는 스타급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스타의 출현은 KBO리그의 흥행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2016시즌엔 어떤 새로운 인물이 깜짝 스타로 올라설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