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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게이틀링-신정자 센터듀오 앞세워 하나은행 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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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은 전신인 신세계 시절부터 약팀의 대명사였다.

여자 프로농구가 지난 2007년부터 단일 시즌 체제로 바뀌었는데, 2007~2008년부터 시작해 2014~2015년까지 8차례의 시즌동안 단 한번도 3위 이내에 들지 못했다. 2008~2009시즌, 2010~2011시즌에 기록한 4위가 최고의 성적이고 이외에는 5~6위에 머물렀다.

복합적인 사정이 있었지만 신세계가 결국 2012년에 팀을 해체한 것도 부진한 성적이 상당한 이유로 작용했다. 우여곡절 끝에 하나은행팀으로 재창단 됐지만, '봄 농구'는 여전히 먼나라 얘기였다.

반대로 신한은행은 '레알 신한'이라 불릴만큼 이 기간 최고의 성적을 구가했다. 2007년 겨울시즌부터 시작해 2011~2012시즌까지 통합 6연패를 일궈냈다. 당연히 신세계는 '호적수'가 될 수 없었고, 하나은행으로 바뀌어도 이는 변하지 않았다. 우리은행에 왕조를 넘겨준 신한은행이었지만, 지난 시즌에도 신한은행은 6승1패로 철저히 하나은행을 짓눌렀다.

하지만 올 시즌 확실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하나은행은 신한은행과 2번 만나 모두 이겼다. 외국인 드래프트 1순위 샤데 휴스턴에다 혼혈 입양아 출신인 첼시 리의 영입으로 외국인 선수가 2명 뛰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여기에 하위권에 머물며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뽑았던 강이슬이 주포 김정은이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잘 메우고 있다. 신한은행이 방출한 단신 가드 서수빈이 아무도 예상치 못한 깜짝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도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어쨌든 하나은행은 3라운드 막판인 20일 현재 8승6패로 신한은행과 동률 2위이다. 예년에 결코 볼 수 없었던 진귀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3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21일 공동 2위 두 팀의 맞대결은 상당한 관심을 끌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은행에 3시즌 연속 밀리고 있기는 하지만 신한은행으로선 하나은행에 올 시즌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반면 하나은행은 이날 승리를 거둔다면 우리은행에 이어 단독 2위에 올라서며 4라운드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었다.

당연히 두 팀 선수들의 집중력은 뛰어날 수 밖에 없었다. 3쿼터까지 신한은행은 게이틀링과 신정자의 트윈 타워를 앞세웠고, 하나은행은 주포 휴스턴과 첼시 리로 맞불을 놓았다. 신한은행이 52-51의 아슬아슬한 리드.

하지만 승부를 가른 것은 역시 센터 싸움이었다. 신한은행에는 정통 센터 게이틀링이 있었다. 반면 하나은행의 휴스턴과 모스비는 정통 센터가 아니다. 첼시 리는 그동안 매 경기 평균 34분 이상을 뛰다보니 이날 다소 피곤한 기색인데다 게이틀링의 파워에 밀렸다. 그동안 커리에 밀려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게이틀링은 4쿼터에만 연속 7득점 등 11득점을 올렸다. 종료 3분 7초를 남기고 파울을 범해 5반칙 퇴장을 당할 때까지 26득점-16리바운드로 골밑을 완전히 지배했다. 신정자도 휴스턴, 모스비와의 매치업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18득점으로 공수에서 활약했고, 확실히 부활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김단비도 주포 강이슬을 잘 막아내며 12득점으로 뒤를 받쳤다.

결국 신한은행은 73대67로 승리, 하나은행에 시즌 첫 승을 거두며 9승6패로 단독 2위에 올랐다.인천=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