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겠다."
종목을 막론하고, 프로 스포츠 초보 감독들은 의욕이 넘친다. 공부도 많이하고 생각도 많다. 그대로만 하면 다 잘될 것 같다.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 곳이 바로 프로의 세계다. 그래서 베테랑 감독들이 "경험이 필요한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안양 KGC 김승기 감독대행도 험난한 도전 중이다. 전창진 감독의 불미스러운 일로 갑작스럽게 잡은 지휘봉. 시즌 초반 시행착오를 겪다 팀을 정상궤도로 올려놨다. 현재 19승13패로 서울 삼성 썬더스와 공동 3위. 초보 지휘자로 나쁜 성적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위기에 빠졌다. 연패를 당했고, 찰스 로드 비보도 있었다.
KGC는 20일 원주 동부 프로미에 82대87로 석패했다. 로드와 양희종이 빠진 경기였지만, KGC는 강팀 동부를 상대로 나름 잘싸웠다. 졌지만 만족할 수도 있는 경기였는데 김 감독대행은 경기 후 한숨을 쉬었다. 단순히 패해서 그런게 아니었다.
김 감독대행은 "선수들은 정말 잘해줬다"고 말하면서도 "걱정이다. 이대로 가면 선수들이 시즌 막판 퍼질 것 같다"고 했다. 무슨 뜻일까. 김 감독대행은 시즌을 치르며 주전과 백업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분배해준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결국 이정현 양희종 오세근 박찬희 강병현 등 주전급 선수들의 출전시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박빙의 승부를 계속 이어온 영향이 컸다. 김 감독대행은 "이기면 그나마 다행인데, 주전 선수들은 많이 뛰고 박빙의 승부를 하다 지는 경기가 나오면 선수들이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당장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렇게 갔다가는 시즌 막판 주전급 선수들에게 탈이 날 수 있다"고 말하며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하겠다"고 했다. 당장 1승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길게 보며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 더욱 힘을 쓰겠다는 의미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분명 쉽지 않은 과제다. 또, 박빙의 경기가 되고 이기고 싶으면 주전 선수들이 무리할 수도 있다. 과연 초보 지휘자 김 감독대행이 머리로 깨달은 숙제를 차가운 이성으로 잘 풀어낼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이 공약을 지켜낸다면 김 감독대행은 앞으로의 지도자 생활에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