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오리올스가 김현수 영입에 공을 들인 것은 올해 나타난 팀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박병호가 중심타선이 허약한 미네소타 트윈스에 어울리듯 김현수 역시 출루율이 부족한 볼티모어 구단에는 더없이 훌륭한 보강 전력이라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현수가 볼티모어와의 계약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17일(이하 한국시각) 볼티모어 지역 유력지 볼티모어 선은 '소식통에 따르면 볼티모어가 왼손 외야수와 타선의 저조한 출루율 보강을 위해 김현수와 2년 700만달러에 계약했다'고 보도했다.
볼티모어의 댄 두켓 사장은 지난 16일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력 보강 계획과 관련해 "우리는 왼손타자와 선발투수 및 우리의 로스터를 두텁게 할 수 있는 선수들을 찾고 있다"며 김현수 영입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볼티모어 선의 지적대로 볼티모어는 올시즌 출루율과 관련한 각종 기록에서 메이저리그 30개팀중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팀출루율은 3할7리로 24위, 삼진은 1331개로 최다 3위, 볼넷은 418개로 최소 3위에 머무는 등 전반적으로 공격을 풀어갈 수 있는 자원이 부족했다. 이에 대해 기사를 쓴 댄 코널리 기자는 '김현수는 KBO리그에서 통산 3할1푼8리의 타율과 4할6리의 출루율을 기록했으며, 특히 인상적인 것은 올해 볼넷 101개와 삼진 63개를 포함해 통산 볼넷(597개)이 삼진(510개)보다 많다는 점'이라고 소개했다.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적응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한국 무대에서 최고의 안타 제조기로 명성을 얻은만큼 볼티모어의 기대치가 높다는 이야기다. 올해 볼티모어는 팀홈런이 217개로 리그 3위였지만, 팀타율은 2할5푼으로 리그 10위에 그쳤다. 규정타석을 넘긴 선수가 3명에 불과할 정도로 라인업 변동이 컸고, 출루율 3할5푼 이상의 수준급 타자는 매니 마차도, 크리스 데이비스 뿐이었다.
FA 시장에서 김현수와 같은 스타일의 선수를 찾을 수도 있었지만 볼티모어의 재정 형편을 따져보면 다른 팀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현재 FA 시장에서 왼손 외야수로 눈길을 줄 수 있는 선수로는 덱스터 파울러, 알렉스 고든, 켈리 존슨, 데이빗 머피, 게라르도 파라 등이 있으나, 몸값에 있어서 김현수와 비할 바가 안된다. 더구나 볼티모어는 현재 간판타자 크리스 데이비스와의 재계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에게 최근 7년 1억5000만달러의 조건을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당한 상황이라 상당히 곤란한 처지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볼티모어는 아직도 데이비스와의 재계약을 중요한 과제로 두고 있다.
코널리 기자는 '김현수가 올해 자신의 한 시즌 최다인 28홈런을 쳤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는 적어도 15홈런 이상은 기대할 수 있다고 스카우트들은 전망하고 있다'면서 '볼티모어에서는 외야수로만 활약하게 될 것이고, 어깨가 다소 약한기 때문에 좌익수가 그에게 적합하다'고 내다봤다. 이어 김현수의 타순에 대해서는 '김현수는 전형적인 톱타자 스타일은 아니지만, 만일 볼티모어가 적당한 1번타자감을 찾지 못한다면 그 대안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수 영입에 나선 구단은 볼티모어 뿐이 아니었다. 외신에 따르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이 김현수에게 영입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볼티모어가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볼티모어는 외야진이 오른손 타자 일색이라 김현수에 대한 '집착'이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