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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무덤 아니다. 감독 교체 없는 조용한 K리그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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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이었다.

K리그는 첫 도입된 스플릿시스템의 강풍이 몰아쳤다. 16개 구단 감독 가운데 무려 10명의 사령탑이 바뀌는 '대란'이 일어났다. 지난해에도 스토브리그에서 사령탑 교체가 있었다. 울산, 제주, 전남, 인천의 감독이 새롭게 선임됐다.

반면 2015년 연말 K리그 클래식의 문화는 또 다른 흐름이다. 칼바람이 사라진 조용한 겨울을 맞고 있다. 시즌 중간 변화는 있었다. 공교롭게 2부 리그로 강등된 두 팀의 사령탑이 바뀌었다. 부산은 윤성효 감독에 이어 데니스 코치 그리고 최영준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대전은 5월 조진호 감독을 경질하고 최문식 감독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탈꼴찌에 실패하며 클래식에서 짐을 정리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의 경우 계약 만료와 함께 스스로 물러났다.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포항 구단은 리그 최종전 후 성대하게 고별식 무대를 마련했다. 이별은 아쉬웠지만 황 감독은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다. 황 감독의 빈자리는 이미 채워졌다. 최진철 감독이 차기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올 시즌 스플릿시스템은 가동됐고, 희비는 엇갈렸다. 스토브리그가 열렸다. 시즌 막판 감독 교체 소문은 있었다. 하지만 소문은 소문에 불과했다. 올 연말 클래식에서 '감독 경질'이라는 단어는 사라졌다.

왜일까. 무난한 한 해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웃을 팀은 웃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2연패를 달성했고, 최용수 서울 감독은 17년 만의 FA컵을 제패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2년 연속 준우승을 이끌었다. 김학범 성남 감독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5위를 차지하며 시민구단으로 최고의 성적을 연출했다.

초보 사령탑은 연착륙과 기회가 교차했다. 올 시즌 조성환 제주 감독, 김도훈 인천 감독, 윤정환 울산 감독, 노상래 전남 감독이 사령탑 데뷔전을 치렀다. 조성환 감독은 극적으로 그룹A에 잔류했고, 김도훈 감독은 팀의 FA컵 준우승을 이끌며 재계약에 성공했다.

윤정환 감독과 노상래 감독은 온도 차가 있었다. 울산의 경우 '절대 1강' 전북을 위협할 다크호스로 떠올랐지만 리그 초반 반짝 돌풍에 그쳤다. 시즌 중 팀 안팎으로 경질설에 휘말렸다가 구단의 재신임을 받고 기사회생했다. 울산은 그룹B의 10위에서 출발해 7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한숨을 돌렸다. 노상래 감독의 전남은 9위를 차지했다.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성적이었지만 1970년생인 40대 감독에게 내일이 보장됐다. 올 시즌 클래식으로 승격한 남기일 광주 감독은 1부 잔류로 합격점을 받았다.

어느 리그든 감독 경질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러나 섣부른 결정은 화를 부를 수 있다. K리그는 더 이상의 감독들의 무덤이 아니다. 2015년 스토브리그는 감독 교체의 폭풍 대신 조용한 겨울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