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한 경기라도 간절하게 뛰고 싶어요."
오른쪽 터치라인을 부지런히 누비던 이준호(26·수원FC)는 수원FC의 승격이 확정되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돌고 돌아 다시 그 출발점으로 돌아왔다.이준호에게 K리그 클래식은 쓰디쓴 경험이었다. 이준호는 2012년 클래식에 입성했다. 중앙대에서 괜찮은 윙백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준호는 2순위로 인천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단 한경기도 뛰지 못했다. 이준호는 "높은 순위로 가서 '그래도 한 경기는 뛸 수 있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했다. 함께 인천 유니폼을 입은 중앙대 동기 구본상(울산)이 승승장구 하는 모습을 보며 아쉬움은 더 컸다. 결국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2013년 출범한 K리그 챌린지는 기회의 땅이었다. 이준호는 테스트를 통해 수원FC에 입단했다. 조덕제 감독은 이준호의 공격력을 주목했다. 이준호는 "클래식에서 내려왔다는 생각은 없었다. 다시 뛰고 싶다는 간절함 뿐이었다"고 했다. 공격축구를 하는 수원FC와 궁합이 잘 맞았다. 이준호는 "감독님이 수비수에게도 공격을 강조한다. 그 부분이 잘 맞았다. 계속 주전으로 뛰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이준호는 챌린지 최고의 공격형 풀백 중 한명으로 평가받았다. 챌린지에서 꾸준히 발전하던 이준호는 2015년 수원FC 기적의 주연으로 떠올랐다. 25경기에 나서 1골-1도움을 올렸다.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오버래핑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는 "솔직히 승격까지는 생각도 못했다. 후반기 성적이 좋아지면서 '혹시'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나 안뛰는 선수들 모두 간절함이 커졌다. 서로 감싸면서 올라온 것이 승격의 힘"이라고 웃었다.
승격에 이어 겹경사를 맞았다. 이준호는 12일 결혼식을 갖는다. 예비신부 한채은씨(28)는 이준호가 챌린지로 내려온 가장 힘든 순간부터 클래식으로 돌아가는 지금까지 3년간 함께 해준 동반자였다. 이준호는 "팀 동료들이 최고의 선물을 줬다. 선배들이 '네 결혼이 우리 팀의 복이 됐다'고 많이 축하해줬다. 예비신부도 '너무 큰 선물'이라고 좋아한다"고 웃었다. 책임감도 커졌다. 그는 "평소 욱하는 모습이 좀 있다. 가장이 되는만큼 책임감 있는 모습을 더 보이고 싶다"고 했다.
클래식 진입으로 의욕이 샘솟는다. 그는 "수원 더비가 가장 기대된다. 특별한 경기가 될 것 같다. 진짜 슈퍼매치는 아니지만 우리도 잘해서 서울과 또 다른 슈퍼매치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웃었다. 내년 목표를 물었더니 한참을 생각했다. "클래식에서 한 경기 뛰는거에요. 너무나 꿈꿔왔던 무대였던만큼 정말 간절했던 한 경기였던만큼 딱 한 경기라도 간절하게 뛰고 싶어요. 그 다음 수원FC와 오래 클래식에 머물고 싶어요." 이준호의 축구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