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이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했다.
신 감독은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 전지훈련 명단을 발표했다. 최초 31명이었던 명단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가 생겼다. 권창훈(수원)은 전방십자인대 염좌로 잠시 이탈했다. 대신 김종우(수원FC)와 김민재(연세대)를 발탁했다. 이어 골키퍼 김동준(연세대)도 부상으로 낙마했다.
신 감독은 고민했다. 제주 전지훈련에 소집된 선수들은 모두 국내와 일본에서 활약했다. 시즌이 끝난 상태다. 몸상태도 떨어져있다.
신 감독은 '급할수록 돌아가는' 방법을 택했다. 신 감독은 당초 7일 오후 3시 30분으로 예정됐던 첫 전지훈련을 오후 4시로 연기했다.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회복할 시간을 주기 위한 계산이었다. 포근했던 서귀포의 날씨만큼 따뜻한 배려였다. 신 감독의 배려 속에 한 숨 돌린 선수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 선·후배에게 인사를 나누며 긴장을 풀었다.
신 감독은 전지훈련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첫 날은 몸 상태와 기량을 확인하는 데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신 감독의 계획대로 선수들은 가벼운 런닝을 시작으로 패싱게임과 간단한 전술훈련을 수행했다.
신 감독은 '어떤 전술을 구상중인가?'라는 질문에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제주 전지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상태를 점검할 것이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가장 알맞은 조합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 감독은 언제까지 선수들의 상태확인에 시간을 할애할 생각이 없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이번 전지훈련에서 생존하기 위해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감독이다. 문제를 낼 순 있지만 답을 알려줘선 안된다. 답은 선수들이 스스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신 감독 특유의 밀당 조련인 셈이다.
따뜻함 속에 차가움이 공존하는 신태용식 지도법. 그 속에서 32명의 선수들은 '따로 또 같이'라는 마음으로 협동과 경쟁을 병행중이다. 신 감독은 답은 주지 않았다. 하지만 힌트는 흘렸다. 바로 '희생'이다.
신 감독은 희생에 대해 "동료를 대신해 한 발 더 뛰는 것이 희생이다. 모두가 한 발씩 더 뛴다면 서로의 부담을 덜어주고 팀의 전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주 전지훈련의 또 다른 키워드는 '생존'이다. 신태용호는 15일 제주 전지훈련을 마치면서 25명으로 추려진다. 그리고 그 속에 지언학(알코르콘) 박인혁(프랑크푸르트) 류승우(레버쿠젠) 최경록(장트파울리) 등 유럽파가 포함된다. 즉 현재 명단에서 10명 이상의 선수는 짐을 싸야 한다. 신태용호의 제주 첫 날은 '냉정과 열정 사이'에 있었다. 서귀포=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